레인콤 "아이리버, 불황에도 없어 못팔아요"

  • 입력 2003년 4월 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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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덕준 사장이 하반기 시판 예정인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리버 제품들은 미국 새너제이의 디자인 전문업체 ‘인노’(INNO) 김영세 사장의 디자인. 김 사장의 저서 ‘12억짜리 냅킨 한장’을 읽고 감명을 받은 양 사장이 김 사장을 찾아가 ‘다짜고짜’ 디자인 제휴를 했다고 한다. 나성엽기자
양덕준 사장이 하반기 시판 예정인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리버 제품들은 미국 새너제이의 디자인 전문업체 ‘인노’(INNO) 김영세 사장의 디자인. 김 사장의 저서 ‘12억짜리 냅킨 한장’을 읽고 감명을 받은 양 사장이 김 사장을 찾아가 ‘다짜고짜’ 디자인 제휴를 했다고 한다. 나성엽기자

“아이리버 또 없어?”

인터넷쇼핑몰 CJ몰(www.cjmall.com) 상품1팀 상품기획자(MD) 김천옥씨는 오늘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돼 대부분 상품의 판매 신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아이리버’ 만큼은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김씨는 “경기침체라고 하지만 아이리버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아이리버 신드롬=‘아이리버’는 99년 설립한 레인콤이 내놓은 휴대용 MP3플레이어. 월 17만대가 팔려나가고 있다. 레인콤은 지난해 MP3플레이어 판매로 매출액 800억원에 순이익 80억원을 냈다. 세계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며 필립스 소니 등을 제치고 이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레인콤은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을 ‘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이리버는 하드웨어 방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프로그램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즉 PC에서 MP3를 재생하는 것처럼 중앙처리장치(CPU)가 작동하는 것. 이 때문에 ‘구간반복 청취기능’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한 번 제품을 구입하면 인터넷에서 새 기능을 다운로드해 계속 신제품으로 바꿔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기존 MP3플레이어와 전혀 다른 방식이다.

새 기능을 다운로드하는 인터넷 사이트(www.iriver.com)에는 10만여명이 몰려들어 제품별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입소문이 퍼지자 아이리버는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전체직원 7명=99년 1월 설립당시 레인콤은 임직원 7명에 자본금 3억원짜리 회사였다.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저장장치 개발업체로 시작, 대기업에 납품을 해 오다가 2000년 초 PC방식으로 휴대용 기기에서 MP3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 제품 생산을 요청했지만 “국내에는 공장이 없고, 공장을 세울 정도로 수익성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

양덕준 사장은 직접 공장을 짓기로 결심했으나 국내 은행에서는 담보 없이 5000만원을 빌리기도 힘들었다. 삼성전자에서 해외 영업을 하며 과장 부장 시절 알게 된 외국계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구했다. 홍콩 전자업체 AV컨셉트로부터 560만달러(약 70억원)를 투자 받았다. AV컨셉트는 중국 선전(深(수,천))에 공장 건물만 지어놓고 이곳에서 생산할 적당한 제품을 찾던 중이었다. 2000년 12월, 이곳에서 레인콤의 첫 제품인 CD재생 겸용 MP3 플레이어 ‘리오’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팔아온 레인콤은 2002년 1월 드디어 소프트웨어방식 MP3플레이어인 ‘아이리버’를 독자브랜드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건 다 만든다=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작년 6월 “CD타입이 아닌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재생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3개월 뒤, 미국내 600여 베스트바이 매장에는 초소형 MP3플레이어 ‘iFP’가 깔렸다.

양 사장은 “고급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임원 시절에는 사람의 중요성을 몰랐다”고 말한다. 마침 외환위기가 터져 우수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 기술력이 일단 갖춰진 뒤에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그는 “기술력을 무기로 전화 PDA MP3플레이어 등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앞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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