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법정관리 신청…美채권사, 화의진행중 전격 제출

  • 입력 2003년 4월 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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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절차가 진행 중인 국내 최대 소주 생산업체인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에 처했다.

진로의 채권자 중 하나인 세나인베스트먼츠는 3일 “진로의 지급불능사태를 막기 위해 법정관리를 결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회사정리절차 개시 및 재산보전처분 신청’을 냈다. 아일랜드에 본사가 있는 세나인베스트먼츠는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계열사로 진로 채권의 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세나인베스트먼츠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통해 “진로가 채무 상환기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채무를 갚지 않은데다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구조조정 제안서도 현실성과 투명성이 떨어져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로는 1998년 3월 화의 인가 당시 부채와 원금 상환을 5년간 유예받아 이 달부터 2007년 12월말까지 원금을 20회에 걸쳐 매 분기 말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그러나 총자산 1조8202억원, 부채 1조8529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326억원가량 초과한 데다 회계법인이 5년 연속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할 만큼 재무상태가 불확실해 분할 상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신청으로 법원은 앞으로 1주일가량 재산보전 처분 여부를 결정하고 한 달간의 심사를 거쳐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행 회사정리법상 자본금의 10% 이상인 채권을 가진 채권자는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 세나인베스트먼츠는 현재 진로 자본금 7360여억원의 10%가 넘는 870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진(金永鎭) 진로 홍보담당 상무는 “진로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600억원에 이르는 외자를 들여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나인베스트먼츠측이 채권회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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