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신윤식회장 연임실패…LG그룹과 표대결직전 사임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42분


코멘트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사진)이 28일 연임에 실패했다. 본인의 이사 연임 사안을 놓고 최대 주주인 LG그룹측과 맞선 신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기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신 회장은 주총에서 “하나로통신을 국내 최고의 통신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6년간 열심히 일해 왔으나 LG가 연임을 반대했다”며 “연임에 연연하기보다는 갈채 속에 퇴장하고 싶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나로통신은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당분간 이인행 대표이사 부사장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되 중요한 업무는 이인행 부사장이 이종명 부사장, 김진덕 전무와 협의하기로 했다.

▽신 회장, 왜 연임에 실패했나=우호지분을 포함해 하나로통신 지분 15.9%를 확보하고 있는 LG그룹과 신 회장 양측은 주총을 앞두고 ‘세(勢)불리기’에 들어갔다. 하나로통신의 주요 주주는 삼성그룹(지분 8.5% ), SK그룹(5.5%), 대우증권(4.3%) 등. 이 때문에 2대 주주인 삼성의 향배가 중요했다.

양측은 삼성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LG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하면서 승자와 패자가 판가름났다. 재계에서는 대체로 삼성이 LG와 우호적으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어떻게 되나=신 회장의 사퇴가 앞으로 하나로통신이 데이콤, 파워콤, LG텔레콤 등 LG계열 통신사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30%가 되지 않기 때문에 즉각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또한 공식적으로 하나로통신 경영권 장악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는 대주주로서 하나로통신의 경영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그룹측은 최대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각종 협력사업을 통해 하나로통신을 LG그룹 영향권으로 서서히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