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03]동국제강 포항제강소…철강생산성 '신기록 산실'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0분


코멘트
공항 관제탑처럼 생긴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제2후판공장 압연조작실에서 엔지니어가 완전 자동화된 설비를 조종하고 있다. 사진제공 동국제강
공항 관제탑처럼 생긴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제2후판공장 압연조작실에서 엔지니어가 완전 자동화된 설비를 조종하고 있다. 사진제공 동국제강
지난달 28일 새벽 첫 비행기로 도착한 포항 대송면 동국제강(사장 전경두·田炅斗) 포항제강소. 20t 기준으로 하루 600대의 트럭이 1만2000t의 철강 제품 및 재료를 실어 나르는 치열한 생산 현장이었지만 26만평 규모의 공장은 한산하게만 느껴졌다.

‘혹시 날을 잘못 잡았느냐’고 묻자 김영철(金榮哲) 제강소장이 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겉보기와 달리 공장 안은 피를 말리는 전쟁터입니다.”

동국제강의 올 경영 목표는 사상 첫 매출액 2조원 돌파. 이중 절반 이상인 1조4000여억원이 포항제강소의 몫이다. 동국제강이 포항제강소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숨가쁜 속도로 각종 생산 기록을 갈아치운 저력 때문이다.

형강(H빔 등 일정한 형태를 갖춘 강철) 공장에 들어서자 고철을 옮기는 육중한 크레인과 화염을 내뿜는 전기로가 먼저 눈에 띄었다. 크레인으로 옮겨진 고철더미가 전기로 안으로 떨어지자 거대한 말뚝 모양의 전극봉이 내려와 고철을 녹이기 시작했다.

“크레인이 고철을 옮기는 속도를 3초씩만 줄여도 생산성이 10% 향상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흔들림 없이 전기로 위로 정확하게 이동해 고철을 쏟아 부은 후 흔들림 없이 빠져나가야 하거든요.” 유제선(兪濟善·생산 담당) 부소장이 “생산성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다음 공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전기로 뒤로 돌아서자 이내 형광빛을 발하는 노란 쇳물이 긴 원통모양의 연속 주조기를 타고 쏟아져 내렸다. 유 부소장이 쇳물 가까이 팔을 잡아끌었다. “직접 보십시오. 이 쇳물은 우리 철강인들의 심장입니다.”

쇳물은 이후 공정 라인을 따라 흐르며 빌릿(각종 형강을 만들기 위한 중간제품) 등으로 모양을 잡아 나갔다. 출구로 빠져나오니 펄펄 끓던 쇳물은 어느새 매끈한 형강 제품이 되어 트럭에 차곡차곡 쌓였다.

모든 공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 싸움은 치열했다. 형강공장은 기존 설비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대형 H형강 제작에 도전하고 있었고 봉강(철근류) 공장은 연속주조 설비를 들여와 작년에 회수율(투입 원료에서 제품을 뽑아내는 비율) 100%를 달성했다. 그런데도 동국제강은 동종업계 국내 최장 기록인 작년 3월27일 이후 ‘안전사고 제로(0)’를 자랑하고 있다.

장세욱(張世郁·관리 담당) 부소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모든 성과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매달 임원회의를 현장 실무자를 참여시켜 토론식으로 진행합니다. 각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발표하는 거죠. 성과가 났을 땐 공(功)을 두고 ‘칭찬 릴레이’가 펼쳐집니다.”

포항=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