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기' 경제활동 위축 우려…정부 내부거래 조사

  • 입력 2003년 2월 23일 17시 59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조사, 규제 등이 잇따르면서 기업활동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을 구속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기업에 대한 ‘옥죄기’가 계속되자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국제유가 급등, 내수 급감 등으로 경영 여건이 크게 나빠진 데다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개혁 정책이 도입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

SK가 최 회장의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다른 대기업들은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올해 경영계획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일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주재로 팀장 회의를 갖고 최근 현안과 대비책 등을 논의했다. 삼성은 세계시장 1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투자는 유지하되 연구개발비나 설비투자 등 경상투자는 시기 등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목표한 3조8500억원의 투자비 가운데 일부와 경상 경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출범과 연관해 구조조정본부의 존속 여부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경제계는 최근 현대상선의 5억달러 불법 대북 송금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국제적 신용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잇따라 조사 대상에 오름으로써 대외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申鍾益) 규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기업과 국가 신용도를 높여야 할 때인데 오히려 대기업들의 있는 비리, 없는 비리를 다 들춰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도경영 투명경영 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도 “과거 관례에 따라 해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개혁의 잣대’로 들이댄다면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세청 공정위 검찰이 동시에 기업들을 표적으로 하는 데다주 5일 근무제, 집단소송제까지 실시하겠다고 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면서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경영이 걱정이다=기업들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시행 초기에 ‘일단 내고 보자’ 식의 소송이 잇따를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외국의 경우 마구잡이식 소송으로 대내외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주고 합의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늘어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반기 안에 대기업집단들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혐의가 없어도 많은 임직원들이 한달 두 달씩 조사에 협조해야 하고 기업 수뇌부들도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행정처분은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사례가 많아 기업들을 ‘여론재판’에 휘말리게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은 2001년만 해도 4건 이상 법원에서 패소했으며, 서울고등법원은 공정거래법이 이중처벌, 과잉제재 등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에도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받은 다른 대기업의 임원은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그 해석에 대해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정말 부담스럽다. 과징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을 줄이려면 해명해야 한다. 결국 경영 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최근 조치들
날짜주체내용
2.3노무현 대통령당선자-대통령직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재벌개혁 정면돌파 의지 천명
2.20공정거래위원회 국회 보고-재벌계열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과 출자총액제한제 강화 추진
이남기 공정위원장-대기업집단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 계획
2.21인수위 국정과제 최종보고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제도 도입-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연내 입법 추진-공정위 계좌추적권 연장 및 사법경찰관제도 도입-소비자보호원 및 시민단체도 고발-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공개
2.22 서울지검-SK㈜ 최태원 회장 배임 등 혐의로 구속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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