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무디스 쇼크’…주가-원貨-채권값 동반하락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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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낮췄다는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달러당 환율은 바로 급등(원화가치 급락)했으며 상승세로 출발했던 주가도 약세로 돌아섰다. 또 시중금리는 큰 폭으로 올라 주가 원화가치 채권값이 모두 떨어지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 우려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예고 없이 닥친 이날 ‘악재’의 파장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화가치 급락=이날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외환시장이었다.

달러당 환율은 전날보다 9.7원 오른 1202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장을 강보합 수준인 1204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발표 직후 폭등세로 돌변, 한때 22.2원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16.9원 오른 1209.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약 두달 만에 최고수준이었고 하루 상승폭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한국은행 외환모니터링 관계자는 “역외(域外) 투자자들이 북핵 문제, 한국경제 불안감으로 지난주 목요일부터 달러 매수에 나서는 상황에서 무디스 신용등급 하향 전망으로 집중 매수해 환율이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꺾인 주가=이날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15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폐장 직전 다소 회복돼 1.27포인트 하락에 멈춰 충격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後)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약세장에서는 나쁜 요소가 과장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2단계나 낮아져 외국인의 매도로 연결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내 매수세가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팔자에 나설 경우 주가는 한 단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도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가시지 않아 증시를 짓누를 것”이며 “특히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환차손(換差損)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내다 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소비가 줄어드는 등 내수가 위축돼 실물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다만 주가가 이미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박은용 선물·옵션팀장은 “외국인이 주가지수옵션 2월물 풋옵션을 등가격 70에서 사고 72.5에서 팔고 있다”며 “외국인의 옵션 매매로 볼 때 코스피200지수 70선에 해당되는 종합주가 550선이 바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세금리는 상승세=무디스 발표의 영향으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실세금리가 급등(채권값 급락)했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연 4.75%를 기록했다. 오전에는 다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다 무디스 발표 소식이 전해진 뒤 바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은행 외환모니터링팀 관계자는 “미-이라크전 위험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한국도 북한 핵 문제 등으로 국가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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