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 시행전 시공사 선정땐 예외”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9시 19분



각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재건축 가능 시기를 지금보다 대폭 연장할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투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주민들간의 심각한 마찰도 우려된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내년 7월부터 적용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운영방안에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지은 지 20년 ‘이상’ 범위에서 시도지사가 정하도록 했다. 이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건교부에 요청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즉각 서울시가 허용 연한을 최고 40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결국 각종 규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재건축 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건축 시기별 차등 적용〓관심의 초점은 서울시. 시는 재건축 가능 시기를 늘린다는 건교부 방침에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허용 연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다.

서울시 김창식 주택기획과장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한다는 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각 구청과 재건축 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이 구체화하지 않아 지금 당장 재건축 가능 시기를 정하기는 무리라는 설명.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8월 건교부에 건축 시기에 따른 차등 적용을 제시한 바 있어 시 조례에서도 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당시 시는 1980년 이후에 지은 아파트는 30년, 1990년 이후 물량은 40년이 지났을 때 재건축을 허용하자고 건의했다.

배경동 서울시 주택국장도 사견(私見)임을 전제한 뒤 “건축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려도 무방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서 80년 이후에 건설된 아파트는 4만4460가구에 달한다.

▽경기도 재건축도 지연될 듯〓인천시와 경기도 등 재건축이 활발한 다른 수도권 지자체에서도 재건축 가능 시기를 대폭 연장할 움직임이다. 인천시는 정부에서 구체적 방안이 내려오는 대로 재건축 가능 시기를 30년 가까이 늘리는 기본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시 주택건축과 관계자는 “100년까지도 안전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20년 만에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자체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재건축 가능 시기를 현행보다 연장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 시설이 낙후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과규정 있나〓문제는 경과규정. 재건축 연한을 시도 조례에서 규정한다고 해도 이를 일괄 적용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일단 건교부는 경과규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열 건교부 주거환경과장은 “아직까지 제외 대상을 넣는다는 구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좀 더 탄력적이다. 민원을 염려한 때문이다. 김창식 과장은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경과규정을 둘 수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새 법 시행에 앞서 사업이 일정 정도 진행된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둘 수 있다는 암시다.

▽시공사 선정 봇물〓새 법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줄을 잇고 있다. 시공사를 미리 정해야 각종 제한 조치에서 제외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실제 지난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5930가구가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데 이어 강남구 역삼동 성보아파트(341가구), 서초구 서초동 삼익건설아파트, 동작구 대방동 시범아파트도 시공사를 정했다. 또 인천의 대규모 단지인 간석동 주공아파트(2128가구)도 지난주 삼성물산과 LG건설이 재건축 공사를 하기로 했다.

LG건설 재건축팀 박순신 과장은 “새 법이 시행되면 조합 설립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지만 이 경우 조합 운영비를 조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 7월 전까지 인허가를 미리 받아두려는 조합들이 전문 시공사를 통해 관련 절차를 매듭지으려는 복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 이후 지은 서울지역 재건축 추진 주요 아파트
위치아파트건축 시기가구수시공사
강남구 청담동진흥빌라1983년92-
강남구 개포동주공 1단지1982년5040현대건설 등
강남구 개포동주공 2단지1983년1400삼성물산
강남구 개포동주공 3단지1983년1160현대건설
강남구 개포동주공4단지1983년2840LG건설
강남구 개포동시영단지1984년1970삼성물산
강남구 일원동대우1983년110롯데건설
강남구 삼성동상아3차1983년230삼성물산
강남구 역삼동개나리6차1980년276동부건설
강동구 둔촌동주공고층3단지1981년1480대림산업 등
강동구 둔촌동주공고층4단지1981년2180대림산업 등
강동구 둔촌동주공저층1단지1980년1370대림산업 등
강동구 둔촌동주공저층2단지1980년900대림산업 등
강동구 암사동대농연립1985년60-
서초구 반포동한신15차1982년190-
서초구 잠원동한신7차1980년320-
서초구 서초동세종1982년60-
송파구 가락동시영1, 2차1981년6600현대산업개발 등
송파구 신천동진주1980년1507현대산업개발
송파구 풍납동우성1984495-
송파구 마천동메리트연립198884-

재건축 허용된 아파트의 평균 연수
구분1997년1998년1999년2000년
서울 평균18년19년20년20년
전국 평균19.6년18.5년21.6년21.6년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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