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기업회생 뒤의 CEO들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21분


18일은 삼익악기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축일(祝日)이다. 150여년 역사의 독일 피아노회사 베흐슈타인을 인수한 것이다. 베흐슈타인은 독일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악기제조업체로 세계 최고 품질의 고가 피아노를 생산한다.

삼익악기는 1970년대 독일 기술자들에게서 피아노 제조기술을 배운 회사. 1996년 부도를 내고 98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부실기업이기도 하다. 그런 삼익악기가 8월 법정관리를 졸업하더니 마침내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를 산 것이다.

이 회사에 다시 웃음소리를 퍼뜨린 사람은 법정 관리인이었던 안기봉 사장과 법정관리 졸업 이후 안 사장에게서 회사를 넘겨받은 김종섭 회장이었다.

6월 삼익악기를 인수한 스페코 컨소시엄 출신인 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지난날의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오직 미래만 보고 함께 손을 잡자”며 직원들의 마음을 모았다.

서로를 탓하던 직원들이 하나로 뭉치자 무서운 힘이 발휘됐다. 직원 3000명을 1200명으로 줄이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회사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대량 생산력과 최고급 피아노 제작기술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감동의 회생 스토리’는 삼익악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휴대전화기 제작회사 맥슨텔레콤, 의류업체 나산, 대우자동차판매 등도 비슷한 경우다.

삼익악기 김 회장과, 퇴사한 연구원들을 삼고초려로 재입사시킨 맥슨텔레콤 김현 사장, 노조가 참여하는 개방형 이사회 제도를 정착시킨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 등에게선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이들 모두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으로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마음을 모으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더 큰 교훈이 있다. 한 번 부실기업이 됐다고 해서 영영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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