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자의 리스크 관리법]"손절매? 우린 몰라요"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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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서 위험관리는 ‘처음이자 끝’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위험관리 기법은 손절매와 분산투자. 주가가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주식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손절매.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게 분산투자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을 믿고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면 위험관리 방법을 달리 하는 게 좋다. 손절매나 분산투자가 위험관리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분산투자냐 집중투자냐〓흔히 한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몰빵’이라고 부른다. 이런 몰빵은 위험이 큰 투자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기투자자의 생각은 다르다. 가치P&C 박정구 사장은 “오히려 무작정 여러 종목을 들고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기업의 실적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굳이 투자 종목 수를 많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것.

분산투자한다고 10, 20개 종목을 사면 오히려 개별종목에 집중하기가 더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믿고 이것저것 손대기 쉽다. 개별 종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면 몰라도 잘 모르는 종목까지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위험을 높이는 투자라는 것.

박 사장은 “개인투자자라면 사업구조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종목 5개 정도로 투자종목을 압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절매냐 물타기냐〓물타기는 주가가 투자자의 예상보다 떨어졌을 때 오히려 그 주식을 더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법. 주가가 떨어지면 팔아버리는 손절매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두 투자기법의 가장 큰 차이는 ‘주가 하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손절매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더 떨어지기 전에 손해를 무릅쓰고 주식을 팔아야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장기투자자 가운데에는 의외로 물타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주가 하락을 위험이라고 보지 않는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본부장은 “기업 가치가 뛰어난 종목이라면 단기간 주가 하락은 절대 위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기업의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자꾸 떨어지면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는 것. 이 본부장은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라며 “종목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면 주가가 단기간 하락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기투자의 위험관리〓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장기투자자는 위험 관리를 한답시고 장세가 바뀔 때마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높은 배당수익으로 주가가 잘 안 빠지는 회사, 실적에 비해 주가가 워낙 낮은 회사,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있는 회사, 자사주 매입과 적극적인 기업설명(IR) 활동으로 주주의 손실을 보충해주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위험관리라는 설명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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