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債위기 3]해결방안은 없나/"부동산 거품 잡아 가계대출"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22분


《“정부는 우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채무 통계부터 만들어야 한다. 국가나 가정이나 자기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살림을 할 것이 아닌가.”

“가계대출은 줄여가야 하지만 너무 무리하게 거둬들이면 또 부작용이 생긴다. 자금이 산업분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내채(內債)위기’ 문제가 부각된 뒤 경제전문가들은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채무와 관련, 정부는 숫자로만 빚을 줄이려 하지 말고 ‘실제’ 갚아야 할 빚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영국 등 유럽 각 국이 청(廳) 단위의 ‘국가채무관리기구’를 잇달아 설치하는 것만 봐도 국가채무와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그 규모도 위험한 수준이라는 데는 거의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줄여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었다. 갑자기 축소하는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재정 악화 해법은〓인천대 옥동석(玉東錫) 교수는 “정부가 정확한 재정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전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댐이 어디서 새는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땜질식으로 재정을 운영하다보니 의약분업 같은 ‘이상한 정책’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천하기가 어렵지만 재정을 건전화하는 길은 단순하다. 쓸 곳을 줄이고 더 많이 거둬들이는 것이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자영업자의 세원(稅源)을 제대로 추적하는 작업과 함께 세수(稅收)를 늘리면서 효율성과 형평성을 올릴 수 있는 방향의 세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는 세출을 강제로 줄이는 고(高)강도 방안도 제시했다.

▽가계부채 해법은〓전문가들은 돈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진다며 금융감독 당국이 적절한 정책적 수단으로 자금이 가계 부문에 너무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계부채 해결책으로는 △부동산 규제 강화 △가계대출 총액한도제 도입 △기업투자 환경 개선과 금융시스템 정비 등이 제시됐다.

먼저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가 지나친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아파트나 땅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 김정식(金正湜) 교수는 “현재까지 가계대출의 50%가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며 “도심재건축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서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나치게 경직된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朴在夏)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이 일시에 가계대출을 줄이면 오히려 신용경색 등으로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 총액한도제 등을 도입하는 신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갈 수 있도록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금융시스템을 정비하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희대 안재욱(安在旭) 교수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절한 투자환경을 만들어 주면 기업의 자금 수요가 살아나고 가계부문으로 집중되는 자금이 기업부문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전체가 경각심 가져야〓전문가들은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빌미로 위기 요인을 축소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항상 ‘설마’라는 안이한 자세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위기 가능성’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팀장을 지낸 박개성(朴介成) 가립회계법인 대표는 “97년 외환위기 때도 입증됐듯이 경제 위기 가운데 가장 큰 위기는 정부가 위기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책임 때문에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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