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債 위기…나라 빚-가계 빚 5년前의 倍이상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18분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나랏빚’과 ‘가계빚’이 심상치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5년 전 ‘외환위기’와는 다른 형태의 ‘내채(內債)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이 문제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3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2001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정부 공식통계에 따르더라도 122조원에 이른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의 67조원보다는 갑절 가까이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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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에서 실제로 갚아야 할 빚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식 국가채무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빚 외에 △상당부분 회수가 어려울 것이 확실시되는 공적자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의 잠재적 부채 △국가보증채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나랏빚은 정부 공식통계의 4∼7배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97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 재정이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다시 위기가 온다면 지금같이 부실한 재정으로는 도저히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최소한 정부 공식통계의 4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실질적 국가채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위기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개혁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박개성(朴介成) 가립회계법인 대표는 “기업회계에서와 같이 국가가 실질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채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760조원은 된다”고 추산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신용불량자 양산은 또 하나의 ‘뇌관’으로 꼽힌다.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424조3000억원으로 97년 말의 211조2000억원보다 배로 늘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계신용비율(가처분소득 중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평균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고스란히 빚(원리금)을 갚는 데 써도 모두 털어 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특히 10명 중 6명은 가계신용비율이 250%나 된다.

이에 따라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새로운 경제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자금이 가계부문에 집중적으로 쏠리면서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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