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한미약품 "겨울에 보자"…분기별 실적 만회 꾀해

  • 입력 2002년 11월 18일 17시 51분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기다렸다.”

12월 결산법인의 3·4분기(7∼9월) 실적 발표가 끝났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 왜 좋아졌는지, 나빠진 기업에는 어떤 악재가 있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때다. 그런데 실적을 살필 때 염두에 둬야 할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계절’이다.

에어컨, 빙과류, 난방기구 만드는 회사처럼 계절의 영향을 너무 뻔히 받는 회사는 상관없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회사가 계절의 영향을 받는 일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가스공사와 한미약품은 두 회사 모두 3·4분기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두 회사 모두 여름보다는 겨울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배당 유망주로 각광받는 한국가스공사는 3·4분기 42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국가가 보장하는 독점기업 실적치고는 실망스러운 수치.

그런데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단 하루도 하락한 날이 없을 정도로 강한 상승세다. 7∼9월 영업적자를 내는 것이 가스공사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실적이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수입해 한국전력과 지역 도시가스회사에 공급하는 독점 가스 공급업체. 자동차연료 등으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달리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대부분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난방용 가스가 여름에 잘 안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

LPG유통업체인 SK가스나 LG가스가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한 실적을 올리는 반면 한국가스공사가 여름에 실적을 대거 까먹는 이유도 두 회사가 파는 가스의 성격 차이 때문.

오히려 지금 추세라면 올해 가스공사의 전체 실적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미약품〓중소 제약회사 가운데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한미약품은 3·4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12.5% 줄었다.

그런데 이는 한미약품이 장사를 잘 못해서가 아니다. 이 회사가 올해 새로 내놓은 일본 뇌염 백신 매출이 2·4분기에 집중돼 3·4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는 것. 한미약품에 이번 겨울은 또 다른 기회다. 유난히 극성을 떨 것이라는 독감 예방 백신과 감기약 매출이 크게 늘 것이기 때문. 한국투자신탁 이승섭 연구원은 “4·4분기(10∼12월)에는 한미약품 매출이 사상 최대인 658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종합금융 최현재 연구원은 “기업실적을 볼 때 단순히 수치만 확인하지 말고 계절적인 이유까지 꼼꼼히 살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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