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매각 안팎]3조5500억 vs 8236억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10분


공적자금위원회는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생명을 한화컨소시엄에 팔기로 의결했다. - 박경모기자
공적자금위원회는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생명을 한화컨소시엄에 팔기로 의결했다. - 박경모기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외환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이 제조업 분야 대기업에 넘어간 첫 사례다.

이른바 ‘산업자본’의 금융부문 진출을 막아온 정부가 스스로 금기(禁忌)를 허문 셈이다.

대한생명 매각은 이와 함께 구조조정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제거됐다는 의미도 갖는다. 다만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데 대해서는 유독 논란이 많았고 앞으로도 여진(餘震)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생명 매각의 득실〓정부는 1999년 9월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순자산부족액 3조3548억원의 60%에 이르는 2조500억원을 출자했다. 그래도 대한생명의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자 정부는 2000년 12월 공적자금 1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모두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

정부가 이번에 지분 51%를 팔면서 받기로 한 돈은 8236억원. 지원한 공적자금의 23.2%를 건진 셈이다.

남아 있는 지분 49%도 이번과 같은 가격에 판다면 지원한 공적자금의 45.5%를 회수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1조935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그러나 꼭 이렇게 볼 수만은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아 대한생명이 파산했을 때의 국민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투입된 공적자금 이상의 성과가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화가 대한생명을 효율적으로 경영해 주식가치가 높아지면 남은 지분 49%는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에 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남은 구조조정 현안〓대한생명 매각작업 완료로 정부는 다른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전념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돼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굵직한 곳만 따지면 올 들어 처리방향이 결정된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대우자동차 한보철강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이다.

대우차는 4월30일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매각 본 계약을 체결, 신설법인 출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보철강은 3월26일 AK캐피탈과 양해각서를 맺고 본 계약 체결을 추진중이다. 서울은행은 9월13일 하나은행이 최종인수자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투신 매각 △우리은행과 조흥은행 민영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서울보증보험 매각 등의 현안이 아직 남아 있다.

정부는 한국투신 대한투신 서울보증보험 등은 올해 안에 처리하기 어렵고 우리은행과 조흥은행은 경영이 정상화됐기 때문에 민영화를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부의 다른 당국자는 “현대투신과 금융감독위원회가 외국계 금융기관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