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의류… 가스… 식음료… “성장주보다 실속있네”

  • 입력 2002년 9월 10일 18시 13분



성숙 산업에 속한 종목은 증시에서 투자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저 업종은 이미 성숙했으니 성장성이 보이지 않아”라며 투자자들이 회사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뜯어보지 않기 때문. 그러나 성숙산업에는 ‘캐시 카우’가 여전히 왕성하게 현금을 토해내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런 회사는 주가도 꾸준한 강세를 보인다.

마이에셋투자자문 강방천 전무는 “성숙산업을 잘 뒤지면 남들이 모르는 보석 같은 종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숙산업이 좋은 세 가지 이유〓우선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종목이라는 점이 큰 강점. 남들이 다 아는 종목만을 따라다녀서는 좋은 수익을 얻기 어렵다.

새로운 경쟁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 엄청난 초기투자 비용을 감수하며 성숙산업에 뛰어들어 기존의 강자들과 경쟁을 벌이려는 사업가는 많지 않기 때문.

따라서 실적이 좋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몇몇 능력 있는 회사는 ‘성숙산업 속의 성장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적이 어지간한 성장주보다 더 빨리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종목이 ‘성숙산업 대표주’〓성숙산업 회사 가운데 실적이 눈부시게 좋아진 종목은 의식주와 관련한 회사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씀씀이를 줄이기 힘든 분야에 포진한 회사들이다.

여성 의류 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타임과 여성 속옷의 선두주자 신영와코루. 두 회사는 올해 단 한편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나오지 않는 증권가의 무관심 속에 모두 50% 이상 주가가 올랐다. 막강한 브랜드를 앞세워 성숙산업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좋아진 회사.

LG가스와 SK가스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자유화의 최대 수혜주. LPG 판매는 성숙산업으로 찍혀 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올해 상반기 경상이익이 지난해 전체 이익을 넘어설 정도로 실적이 좋아졌다.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전국에 깔린 두 회사의 유통망, 수천억원에 이르는 초기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앞으로 LPG 판매 시장에 두 회사에 필적할 새로운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이 매일 사먹는 음료수나 조미료 업체가 뭐 특별히 실적이 좋아지겠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자일리톨 껌을 앞세운 롯데제과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80% 이상 좋아졌고 케첩 시장을 장악한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갑절로 늘었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주식투자는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남들이 사양산업이라고 하건 말건 그 속에서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을 찾아 장기투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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