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동네상점들 “전국민이 다 손님”

  • 입력 2002년 8월 6일 17시 59분



‘동네 가게’들이 동네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트워크화와 전문화를 통해 구멍가게들이 상권(商圈)을 확장해 나가는 것.

꽃배달 체인 ‘굿데이굿플라워’에 꽃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받을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가맹 꽃집으로 주문 내용이 자동 전달된다. 서울의 A씨가 부산의 친척에게 꽃을 보내는 경우, A씨의 주문을 통해 부산의 회원사가 매출을 올린다. 부산의 꽃집은 기존의 동네 고객 외에, 전국에서 부산으로 꽃을 보내는 고객을 추가로 갖는 셈. 성수기에는 이러한 ‘추가 매출’이 최고 월 3000만원이나 된다. 굿데이굿플라워 최진섭 대표는 “가맹점들이 다른 지역 고객까지 분배받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새통’ 회원사인 150여개 지역 서점도 비슷한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서점은 1년 넘게 안 팔리던 영어 교재를 강원도의 고객에게 팔 수 있었다. 강원도 서점 주인은 북새통 사이트에 책 제목을 올려 자신의 고객에게 책을 구해줬고, 경기도 서점은 쌓여있던 재고를 처분했다.

좁은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손톱깎이부터 과일통조림까지 여러 종류의 물건을 팔던 것에서 벗어나 아이템을 전문화해 넓은 지역 소비자를 공략하는 곳도 생겨났다.

한스, 퐁네프, 케익프라이머스 등은 베이커리 업체지만 ‘동네 빵집’과 다르다. 케이크나 쿠키류 등으로 품목을 축소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뒤, 커피전문점 패밀리레스토랑 등에 납품하는 것.

케익프라이머스 김영한 대표는 “빵류 중에서 마진이 높은 케이크에 특화했다”며 “10여종의 케이크를 만들지만 매출의 90%는 치즈케이크”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생과일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과 인터넷 쇼핑몰에 케이크를 납품한다. 케이크 ‘공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지만 케이크는 수도권 전 지역으로 배송된다.

한스도 서초구 양재동에서 빵을 만들지만 이 빵은 양재동을 벗어나 서울 수도권 일대 80여 곳의 커피숍과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한스의 한성훈 사장은 “케이크 전문점으로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케이크 배달을 주문하는 개인 고객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소규모 점포가 온라인화와 전문화를 통해 ‘지역밀착형’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