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계 ‘씨티맨’이 뜬다…금융본산 런던경험 장점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17분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씨티’ 출신들이 금융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장이 개방돼 외국 금융기관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런던 금융시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영어를 유창하게 쓸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고경영자(CEO)로는 조봉연 오리엔스캐피탈 사장과 김영태 동양카드 대표이사 전무, 심혁 한맥선물 사장, 박대혁 리딩증권 사장, 김종창 기업은행장 등이 있다. 임원으로는 박환규 우리금융지주 전무와 함춘승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 전무, 이길영 제일투자신탁증권 상무, 유상호 메리츠증권 상무, 계영시 현대증권 이사 등이 있다.

조 사장은 영국 베어링증권에 진출해 한국 증권맨의 씨티진출의 물꼬를 튼 ‘씨티 1세대’. 한국물(한국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 중개업무를 통해 돈을 벌어 독립했다. 한국투자신탁 출신의 김영태 대표는 함 전무와 함께 쉬로더증권에서 활동했다. 함 전무는 씨티은행에서 프라이빗뱅킹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박대혁 사장은 LG증권 런던현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번 돈으로 리딩증권을 설립했다.

김종창 행장은 금융인 출신은 아니지만 주영한국대사관 재무관으로서 한국 증권사의 씨티진출과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한 ‘씨티맨’. 심 사장 등 씨티출신 8명이 1∼2달에 한번씩 비공식적으로 모이는 ‘씨티 동문회’ 멤버다.

금융계에서 임원이상인 씨티 출신은 줄잡아도 20명 가까이 된다. 부장 이하 실무자까지 합하면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씨티 출신의 두각은 80년대말의 금융국제화와 관련이 깊다. 1985년 2월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뒤 한국기업의 해외CB 발행이 잇따랐고 코리아펀드와 코리아유로펀드가 만들어졌다. 유럽 투자자들이 한국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우 쌍용(현 굿모닝) LG 등 8개 증권사가 런던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심혁 사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계 자금이 한국투자를 많이 했으며 규정도 런던이 미국보다 자유로워 국제영업을 하려는 금융기관은 씨티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1992년부터 증시가 개방되면서 국제업무 경험이 있으면서 미국에서 MBA를 받은 ‘씨티맨’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계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국내 증권사는 물론 미국계 증권사가 국제영업을 강화하면서 씨티맨의 몸값이 올라간 것.

심 사장은 서울대 동물학과를 나왔지만 미국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박 전무는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이 상무는 미네소타대에서 MBA를 했다. 함 전무는 재미교포로 예일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씨티=런던이라는 도시의 시작이 바로 이 씨티였다. 중세 도시의 길더상인들이 봉건영주로부터 자치권을 사면서 출발한 것. 미국 월가가 부상하기 전까지 세계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금융중심가인 롬바드가도 여기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 영국 씨티 출신 금융계 임원 현황
이름현직전직(런던 기준)
김종창기업은행장주영 한국대사관 재무관
조봉연오리엔스캐피탈 사장베어링증권
김영태동양카드 대표쉬로더·LG증권
심혁한맥선물 사장동양증권
박대혁리딩증권 사장LG증권
박환규우리금융지주 전무동양증권 동양카드 대표
함춘승SSB증권 서울지점 전무쉬로더·LG·베어링증권
이길영제일투자신탁증권 상무동양·베어링증권
유상호메리츠증권 상무대우증권
계영시현대증권 이사현대증권
구자삼전 I투자신탁운용 대표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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