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특집]자동차 도우미 "저 말고 車를 봐주세요"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8분


“우리는 차가운 쇳덩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여자들이에요.”

모터쇼나 신차발표회 등 각종 자동차 관련 이벤트에서 자동차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다. 제품을 고객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해주는 자동차 도우미가 바로 그들. 묵직하고 둔탁한 이미지의 자동차일수록 ‘도우미의 미소’는 빠질 수 없다.

도우미도 모델하우스나 길거리 이벤트 등 여러 부류가 있지만 자동차 도우미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다 이벤트 규모도 크기 때문에 ‘도우미 중의 도우미’로 불린다.

자연히 자동차 도우미가 되는 길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빼어난 미모와 일정한 신체조건(신장 170㎝ 이상)은 기본이고 6개월 코스의 도우미 육성학원은 필수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와 철저한 고객 중심 마인드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힘든 만큼 몸값도 최고. 자동차 도우미는 보통 전시회 입구의 안내데스크를 맡는 인포메이션 담당과 제품별 소개를 하는 내레이터, 전시회장 진행 및 사회를 보는 MC로 나뉘는데 이 중 MC는 순간적 임기응변과 풍부한 성량 등 요구조건이 많아 몸값도 가장 높은 편이다. 홍보대행사 변인선 실장은 “도우미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자동차 도우미는 하루 평균 일당이 15만원”이라면서 “한달 평균 20일 근무해 보통 300만원의 월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우미의 화려한 미소 뒤에는 웃지 못할 고민도 많다.

도우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철없는 남성들의 얄궂은 눈초리’. 도우미들은 주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기 때문에 매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우미 경력 6년차인 김지영씨(24)는 “전시장에 온 사람인지 도우미 구경을 온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되는 사람도 많다”면서 “도우미를 성적(性的)인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모터쇼에서 제공하는 기념품만을 노리는 일명 ‘독수리족(族)’도 도우미들의 최고 경계 대상. 도우미 인명희씨(25)는 “전시회장마다 쫓아다니면서 엉뚱한 질문을 해대며 몰래 기념품을 집어 가는 ‘독수리’는 도우미들의 최고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도우미가 젊은 여성들의 인기직업으로 떠오르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몸매관리를 비롯해 외국어 실력, 자동차 관련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도우미경력 4년차인 오윤아씨(22)는 “도우미 업계도 경쟁이 치열해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영어학원 강습과 자동차 관련 전문잡지 2∼3권을 숙독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라고 말했다.

역시 도우미 경력 4년째 들어가는 기수아씨(25)는 “도우미는 하루에 8시간 가까이 서있어야 하는 고된 직업이지만 관람객들이 열심히 귀기울여 듣는 모습을 보면 도우미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관람객과 한마음이 됐음을 느끼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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