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헬무트 판케 BMW회장 “브랜드 소비자와의 약속”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13분


“브랜드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지키기로 맹세한 약속과 같은 것입니다. 회사가 그 약속을 얼마나 지켰느냐에 브랜드 파워가 좌우됩니다.”

월드컵 개막에 맞춰 산업자원부 초청으로 방한한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업체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특히 강조했다. 또 BMW의 경영전략과 최고경영자(CEO)에게 필요한 덕목에 관해서도 의견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판케 회장은 독일 뮌헨대에서 물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에서 근무하다 1982년 연구개발 책임자로 BMW에 입사했다.

-고급차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한 BMW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고객이 BMW라는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일정한 수준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려면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한번 타협하기 시작하면 고객들은 실망하게 되고 실망한 고객은 다시는 BMW를 선택하지 않는다.”

-장차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는 ‘톱5’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코 그렇지 않다. 2000년 기준으로 BMW는 생산규모로는 세계 14위지만 매출액은 8위, 이익률은 3위이다. 생산대수로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가장 큰 자동차 업체지만 이익률에서는 포르셰가 가장 앞선다. 대중차 시장에서는 생산규모와 가격이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겠지만 고급차 시장은 다르다. 한 회사가 두 시장에서 동시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BMW도 소형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고급차 전략이 수정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프리미엄 차라고 해서 반드시 큰 사이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BMW가 작년 유럽 일본 미국 등에 시판한 미니(MINI)는 소형차지만 기존 소형차와 전혀 다르다. 성능, 에어백 등 안전장치, 완벽한 코너링 등 대형 고급차와 다르지 않다. 똑같은 사이즈의 차라도 질과 브랜드 파워에서 다른 차를 압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 BMW의 전략이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세운 이후 미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는가.

“다른 회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어떤 업체건 명확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모든 고객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CEO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CEO는 임직원의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팀원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CEO는 팀원인 동시에 팀의 리더인 만큼 팀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