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퇴진 재계총수들 근황]사진 등 "취미생활 더 바빠요"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22분



“기업 최고경영자는 엄청난 권력자다. 권력에 대한 유혹을 끊고 물러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해 1월 퇴진한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64) 사장이 털어놓았던 말이다.

‘자식과도 나눠 갖기 어렵다’는 권력을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전직 대기업 총수들은 제2의 삶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뒀던 취미생활에 사업 못지 않은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 공통점.

조중훈(趙重勳·82) 한진 회장은 최근 사진집을 출간하기 위해 수만장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사업상 출장을 갈 때도 카메라를 반드시 가지고 갔던 사진애호가. 조 회장은 아직 명예회장이 아닌 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약 1년 전부터 사무실에는 출근하지 않고 있다. 큰 현안이 있을 때는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이 집으로 찾아가 상의한다.

이동찬(李東燦·80) 코오롱 명예회장은 일주일에 3, 4일 정도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사무실에 출근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고향친구들과 바둑을 둔다.

이 명예회장은 두 차례나 전시회를 가진 화가. 이 회장의 집무실 옆 2평짜리 화실에는 미술대 출신인 며느리와 딸들이 찾아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구자경(具滋暻·77) LG 명예회장은 버섯연구에 깊이 빠져있다. 주로 충남 천안시 성환읍의 연암축산원예대학 농장에 머물면서 버섯 등을 재배한다. 월요일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빌딩으로 출근해 LG연암문화재단과 LG복지재단 등의 사회복지사업을 챙기지만 LG 계열사 경영에는 간여하지 않는다.

정세영(鄭世永·74)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매일 오전 9시 이전 사무실에 출근해 주로 독서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즐겨 읽는 책은 경제경영서적과 역사소설 등.

박성용(朴晟容·70) 금호 명예회장은 ‘음악삼매’에 심취해 있다.

박 명예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술 마셨던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 시간에 악기 다루는 법을 배웠더라면…”하는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음악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을 직접 배우고 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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