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직금 10년새 25배 늘어…3년연속 18조 넘어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21분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조기퇴직 열풍과 연봉제 도입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등이 늘면서 퇴직금 지급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세청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세무서에 신고한 2000년 퇴직금 지급액은 18조5151억원으로 1991년의 7285억원에 비해 25.4배로 늘었다.

이는 그동안의 경제규모 팽창이나 임금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높은 수치. 같은 기간 중 근로소득 지급액이 7.3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퇴직금 지급액 연도별 추이〓퇴직금 지급액은 94년 1조6484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95년에는 4조6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나 급증했다.

이어 96년 6조6379억원, 97년 8조5697억원 등으로 두자릿수 증가를 보이다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98년 20조9983억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에는 99년 18조7762억원, 2000년 18조5151억원 등 약간씩 감소하는 추세다.

퇴직금을 지급 받은 인원은 98년 121만9000명에서 99년 92만9000명으로 줄었다가 2000년 117만3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2000년에 인원수가 늘어난 데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퇴직금과 세금 부담〓IMF 관리체제 동안 정부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퇴직소득에 대해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등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퇴직금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말 세법 개정 때 올해분부터 명예퇴직수당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7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또 2003년부터는 연간 24만원 한도에서 현행 50%인 퇴직소득 세액공제율을 25%로 낮추고 2005년 이후에는 폐지한다.

▽퇴직금도 자기가 관리하는 시대〓기획예산처는 최근 선진국 기업연금제도와 한국의 퇴직금을 비교분석한 자료에서 “퇴직금제도는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보장에 기여해 왔으나 노동이동률이 높아지고 근속기간이 짧아지면서 일시적 목돈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봉제가 보편화한 미국에서는 근로자가 일정한 한도까지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는 기업연금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최근 확산되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