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마이크론에 D램 매각 해설]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6시 53분


하이닉스반도체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게 반도체 사업 전체 또는 D램 사업을 분리 매각하기로 잠정 합의함으로써 1년 이상 끌어왔던 하이닉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두 방안중 보다 유력시되는 D램 사업 분리매각이 이뤄지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빚을 키우는 D램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위험요인이 거의 없는 마이크론의 주식을 받게 된다. 또 하이닉스 부채의 상당부분을 마이크론에 넘기게 돼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앞으로 금액과 조건 등 세부적 사안을 결정할 후속협상에서 최소한 ‘헐값매각’이란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이닉스와 채권단측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D램 사업 포기는 차선의 선택〓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는 현재 D램 사업만 넘기는 쪽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전체를 포기하는 것보다 D램만 넘기는 것이 국부(國富)유출 논란에 덜 휘말릴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S램과 비메모리 쪽에서는 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 최대 D램 생산국’이라는 지위를 미국에 넘겨주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합의안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D램 생산라인(FAB) 6∼7개를 인수하고 이 대가로 마이크론의 주식을 넘겨주게 된다. 생산 설비의 가치에 따라 주식 수가 결정되며 그만큼의 부채도 양사가 함께 부담하게 되는 것. 현재 하이닉스의 전체 부채는 11조6000억원이며 D램 사업 비중은 60%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D램 설비를 매각하지 않는다면 내년 중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주요 반도체 사업을 외국에 넘긴다는 부담은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D램 사업 대신 마이크론의 주식을 받는다면 이는 모두에게 유리한 거래”라고 분석했다. 또 현실적으로 하이닉스가 무너질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과 하이닉스 처리문제에서 다른 대안이 별로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D램사업 매각은 ‘차선의 해법’은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하이닉스는 비(非) D램 전문업체로 회생〓하이닉스가 D램 사업을 포기하면 청주와 이천 구미의 일부 설비만으로 비 D램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합의안에 따르면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채권단이 행사하게 되며 마이크론은 별도로 19.9%의 지분을 출자해 제휴관계를 맺게 된다. 지난해 비 D램 매출은 8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40% 수준.

특위는 현재 마이크론이 출자금 외에 별도로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해 설비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비 D램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마이크론까지 뒷받침해 준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고 말했다.

▽D램 시장 완전 재편〓매출의 85%가 D램 사업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론은 그동안 D램 사업 확장에 온 힘을 쏟아왔다. 마이크론은 이미 일본 도시바의 미국 현지 공장을 인수키로 합의했으며 하이닉스 D램 설비까지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의 D램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도 35%를 넘어설 전망.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을 인수하면 PC업체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며 “이 경우 삼성전자는 지금껏 누려온 시장 지배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겠지만 D램의 공급과잉 구조가 해소돼 가격회복의 과실(果實)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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