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어디로…회생 아닌 '시한부 연명'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56분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 지원방안을 확정했지만 회생에 대한 전망은 아직도 엇갈린다.

일단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반도체가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하이닉스가 내놓은 자구안도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하이닉스의 생명이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가량 연장됐지만 이때까지 세계 증시가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부터는 다시 피 말리는 ‘현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한편 대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신규지원에서 빠져 앞으로는 한빛 산업 조흥 외환 등 4개 은행 주도로 하이닉스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현금사정은 여전히 빠듯해〓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안 되면 하반기에 다시 221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닉스는 내년에 반도체설비 매각 등을 통해 1조715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외환은행은 이 중 1조1100억원만 자금계획에 반영시켰기 때문. 자산매각에 따른 변수가 많아 성사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투자자로부터 5000억원을 증자 받는다는 계획은 사실상 회사 매각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반도체 불경기에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할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중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채권단에서 탈퇴한 것은 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을 믿고 신규자금을 지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봤기 때문.

▽여전히 반도체가격이 핵심〓외환은행은 내년도 반도체가격 전망을 당초 상반기 1달러, 하반기 1.5달러에서 연간 1달러로 수정했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경기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반도체 전문가들도 가격회복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하이닉스의 3·4분기(7∼9월) 매출액은 D램가격 약세와 수요감소로 5520억원을 기록해 2.4분기에 비해 53%나 감소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2660억원에서 5580억원으로 늘어났다.

물론 최대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도 매출 6244억원, 영업손실 1조2720억원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이 같은 영업손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마이크론에 비해 보유현금이 적은 하이닉스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D램 미세화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기술력도 마이크론에 비해 다소 열세에 놓여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하이닉스 재무구조 변화
-2001년6월말2001년 12월
총부채11조450억원7조7810억원
(차입금)(7조5750억원)(4조3110억원)
자기자본5조7290억원7조50억원
부채비율192.8%111.1%
(자료:외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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