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20년만에 '최악의 불황'…소비감소-공급과잉 겹쳐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8분


국내외 철강업계가 20년 내 최악의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 주요 철강생산국들은 감산 등 생존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97년 이후 미국 철강업체 중 리버뷰 스틸 등 19개 철강업체가 파산했고 이중 6개사의 파산이 올해 집중되는 등 불황의 골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6월 미국은 철강 전제품에 대한 통상법 201조 적용 조사에 착수했으며 EU와 캐나다 등도 수입 철강재에 덤핑 제소를 하는 등 자국 기업보호에 나서고 있다.

포철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이와 관련, “올 상반기 열연강판 및 냉연강판 수출가격이 지난 20년 중 최악의 상황”이라며 “과거 최고가 대비 열연은 56%, 냉연은 52%의 가격이 형성될 정도”라고 분석했다.

철강가격 폭락으로 미국의 유에스스틸과 베들레헴사는 올 1·4분기에 적자를 냈다. 포철의 올 상반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73%(특별이익 제외)가 줄었다. INI스틸, 동국제강, 한국철강, 한보철강 등 철근생산업체들도 27일부터 공장보수, 재고조정 등을 이유로 감산에 들어가거나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철강가격 폭락은 공급과잉뿐만 아니라 세계경기 침체로 철강재 소비둔화가 겹쳤기 때문. 세계 철강산업은 2000년 조강기준으로 1억8500만t의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세계 철강시장의 45%를 차지한 미국, 유럽, 일본의 경기둔화로 하반기 철강수요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 철강협회측은 “올해 세계 조강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2.9% 감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철강 분석기관인 WSD는 “올 하반기에 철강가격이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세계철강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의 철강 생산업체들과 관련국 정부 대표들이 내달 프랑스 파리에 모여 과잉설비문제와 철강 가격 상승 유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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