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벌총수 골프회동 무슨 얘기 오고 갈까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44분


재벌 총수들은 골프를 치면서 어떤 얘기를 나눌까.

14일 안양 베네스트GC(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앞두고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별세를 계기로 재계의 화합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참석율도 매우 높다.

현재 회장단 회의 멤버 23명 가운데 해외 출장중인 LG 구본무 회장, 금호 박정구 회장,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상중(喪中)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등 4명만 불참을 통보했다. 대다수 회장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선약을 바꾼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경련 부회장으로 선임된 롯데 신동빈 부회장은 일본에 머물다가 골프모임 하루전인 13일 귀국해 행사에 참석한 뒤 15일 다시 출국하는 일정을 잡을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전경련측은 당초 이 모임이 재계의 화합을 널리 알리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이후 전경련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 LG 구회장이 주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LG 소유인 곤지암 골프장에서 모임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구회장이 LG칼텍스 정유의 주주총회 참석차 9일부터 미국 출장중이어서 최근 재계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삼성 이회장이 자연스럽게 ‘호스트’를 맡게 됐다는 후문. 삼성측은 골프 및 만찬비용을 부담하고 고급 골프웨어인 ‘아스트라’를 총수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삼성 이회장을 포함해 몇몇 회장들은 골프는 하지 않고 만찬 모임에만 참석한다.

전경련 국성호 상무는 “조 편성은 골프 실력과 연배 등을 두루 감안해 정할 계획”이라며 “말 그대로 각 그룹을 책임지는 회장들이 친목을 다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과 재계 현안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통상 재계 총수들이 모일 때는 두산 박용오, 금호 박정구 회장 등이 술잔을 돌리며 대화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재계의 ‘어른’인 김각중 전경련 회장이 회장으로 연임된 뒤 “앞으로는 회장들이 가까워질수 있도록 가끔씩 ‘허튼 짓’도 할 것”이라고 말한 점에 비춰 ‘폭탄주’가 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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