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조기인하 무산 증시 당분간 요동칠듯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22분


미국의 조기(早期) 금리인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28일(이하 미국시간) “경기둔화 속도가 우려한 것보다는 양호하다”면서 “FRB는 금리결정을 예정된 모임(가장 가깝게는 3월 20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 영향으로 이날 미국 주가는 급락했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막판 장중반등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가장 정확하고 앞선 정보를 갖고 있는 그린스펀의 말을 일단 믿어보자’는 쪽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 증시는 일단 3월초까지는 조기 금리인하 무산에 대한 실망감과 2월중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 사이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줄 거시경제지표들에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 시간으로 2일 자정에 발표되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와 3일 자정에 공표되는 미시간대학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 6일의 작년 4·4분기 제조업종 생산성지수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미국 하원 증언에서 그린스펀은 ‘미국경제가 재고조정과정을 겪고 있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1월의 금리인하 단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둔화 위험이 우세하다. 하지만 작년말에 보였던 예외적인 둔화세는 올 1,2월에 들어서는 덜 명백해 보인다”고 밝혔다. ‘월가의 마술사’는 이어 “계속 악화하고 있는 소비자신뢰지수를 좀더 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최근의 자동차, 주택 등에 대한 소비지출 둔화세가 약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경기전망이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FRB가 조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배경으로 세가지를 든다. 첫째, 최근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오면서 제기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우려에 따라 FRB가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 둘째, 1월의 1%포인트에 이어 또다시 금리를 불시 인하한다면 이미 투자자들이 예상한 것이라서 약발도 떨어지거니와 시장의 요구에 끌려다녀기만 해서는 금리정책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FRB 내부의 딜레마. 세 번째는 그린스펀 발언의 액면 그대로 미국 경제가 실제로 작년말을 고비로 서서히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셋 중의 어느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이렇다할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미국 증시가 불안정한 등락을 거듭할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증시도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