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익 신화]全 전대통령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59분


‘김재익(金在益)신화’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김재익은 군출신의 절대권력자에게 자신의 경제철학을 알기 쉽게 ‘가르쳤다’. ‘충실한 제자’였던 전 전대통령은 ‘탁월한 가정교사’를 믿고 성실히 배웠으며 배운 대로 정책에 옮겼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80년 5월말 김재익이 국보위 위원으로 차출되면서 이뤄졌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따고 귀국해 5년 가까이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자리에 앉아 있을 때였다. 박봉환(朴鳳煥)전 동자부 장관이 김재익을 추천했다.

김재익은 매일 새벽 전두환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의 연희동 집으로 불려가 경제강의를 했다. 당시만 해도 경제에 ‘문외한’에 가까웠던 전위원장은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와 처방에 대해 명쾌하고 쉬운 논리로 설명하는 김재익에 바로 매료됐다. ‘개인교습’은 김재익이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됐다.

80년 9월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김재익에게 경제수석 자리를 제의할 때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경제수석으로 각하를 모시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드리는 조언대로 정책을 추진하시려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텐데 그래도 끝까지 제 말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김재익)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전두환)

실제로 전 전대통령은 김재익이 경제수석으로 있는 동안 그를 전적으로 믿고 밀어주었다. 김재익은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가 그려왔던 경제정책을 현실에 옮길 수 있었다. 5공정부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별도로 실력과 비전, 책임감을 지닌 경제관료와 인재를 잘 택해 힘을 실어주는 대통령간의 관계는 호흡이 잘 맞았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김재익은 83년 10월 9일 전 전대통령을 수행해 해외출장을 떠난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권순활·박성원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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