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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4일 0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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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초저녁까지는 김행장이 합병 강행 의사를 밝혔으나 노조가 강경 입장을 밝히자 김행장이 4시간만에 합병 중단 의사를 밝혔다고 노조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김행장이 노조에 밝힌 합병 중단 선언을 공식 확인하지 않아 여전히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또 한빛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에 외환은행을 포함시킨다는 구상이었으나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정부 주도 지주회사의 편입 결정을 유보함에 따라 일단 ‘한빛 평화 경남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출범할 수 밖에 없을 예정이다.
▽국민+주택 합병 노조 반발로 진통〓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인수합병(M&A)팀이 합병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에 들어갔으나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합병에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 노조는 3000여명이 본점에 집결한 가운데 강제 합병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으며 오후 10시경 행장실 앞에서 농성을 하던 노조원 일부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다 주위 동료에 의해 중단되는 등 노조의 반응이 강경했다.
이에 13일 오후 7시 합병을 공식 확인했던 김행장은 4시간만에 “합병을 추진할 경우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노조 합의문을 공개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행장이 합병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행장은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나+한미, 한빛+외환도 혼선〓한미은행측은 이날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던 대주주 칼라일에 합병에 적극 나설 것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칼라일은 여전히 묵묵대답으로 일관해 ‘조건부 합병’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점치기 어렵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외환은행을 포함시켜 ‘부실’의 이미지를 덜어보려던 정부의 시도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참여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을 묶는 지주회사를 우선적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반응〓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도 인정했듯이 ‘우량은행끼리 합병하는 것은 해당 은행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위원회가 적극 나서 은행 합병을 서둘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부실 은행의 정리가 더 시급한 일이며 정부가 우량은행 합병을 주도하는 것은 금융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도 “지금 해야할 일은 금융시스템을 복원시킴으로써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은행권의 모든 노조를 상대로 싸움을 걸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자칫 부실 은행 처리마저 지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찬선·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