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외국 컨설팅社들이 보는 기업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9분


“구조조정 작업은 자사의 고유한 시스템을 토대로 일관된 전략 하에 이뤄져야 한다. 일시적인 유행을 좇듯 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나선 기업들은 많지만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마저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우리경제의 화두는 구조조정. 특히 올해는 고유가와 미국 경기둔화 등 외부적인 악조건과 내수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컨설팅업체들의 조언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침 중 하나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 컨설팅 업체들은 국내 사정과 선진흐름을 조화시켜 국내기업들에 최적의 구조조정을 선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외국 컨설팅 업체의 컨설턴트들은 현재까지 진행된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처럼 ‘C’학점 이하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유력 컨설팅사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정리해봤다.

▽딜로이트 컨설팅 정원 이사〓일관된 전략보다는 일시적인 전술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사가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면 전체 회사 전략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도입해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마저 있다. 요즘 유행하는 고객관계관리(CRM)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 회사 전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인 연계를 가져야 함에도 부서별로 별도의 CRM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의 경우 지점과 콜센터의 CRM이 따로 진행돼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상당 비용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사장되기도 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이병남 서울사무소 부사장〓일부 성공적인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미흡하다. 외형적 성장이 아닌 수익성 위주로 경영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인원조정 및 부실 사업부문 철수 등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이 느린 것은 이같은 당위성에 대한 공감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최소 3년 정도의 연간 목표 및 세부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버릴 것은 버린다’는 선택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쿠퍼스 최영상 사장〓한국 기업들이 특히 e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기업과의 인터넷 등을 통한 상거래 등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컴퓨팅 파워를 먼저 키워야 한다. 기업내부가 먼저 네트워크화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슬림형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쟁력이 없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 자체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는 업무(백 오피스 업무)는 아웃소싱하고 주력 부문(프런트 오피스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브랜드 홀딩 컴퍼니’로만 남는 슬림형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앤더슨 컨설팅(2001년부터 액센추어로 이름 바꿈) 김희집 전무〓한국 기업의 전략과 계획수립 능력은 선진국 기업 못지않다. 문제는 꾸준히 실행하지 않고 불과 1, 2년 만에 다시 새로운 계획을 짜는 등의 과정을 반복한다. 또 컨설팅을 받아 웅장한 계획을 세운 후에는 ‘힘없는 실무진’에게만 실행을 맡겨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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