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40대 CEO 시대 열리나

  • 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한국에도 40대 CEO 바람이 불 것인가.’

미국 거대기업들이 40대 CEO를 속속 임명하면서 과연 국내에서도 40대 바람이 불 것인지 관심이 높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과 AT&T가 잇달아 40대 CEO를 내세우면서 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은 그 배경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곧 단행할 새해 인사에 어느 선까지 젊은 경영인을 발탁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거센 40대 CEO 바람〓휴렛 팩커드는 지난해 45세인 칼리 피오리나를 CEO로 전격적으로 임명, 1년 만에 휴렛 팩커드를 디지털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젊음과 신선한 사고, 창의력’이 새 세기 CEO의 상징으로 자리잡도록 했다는 평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는 GE의 잭 웰치 회장이 후계자로 제프리 이멜트(44)를 지목한 것 역시 같은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미국 AT&T도 46세의 데이비드 도먼을 새 사장으로 발탁, 미국에서는 지금 40대가 ‘디지털 시대 CEO의 상징’으로 뿌리를 내리는 추세다.

▽실험단계인 한국의 40대 CEO〓사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자도 40대다. 삼성전자의 진대제(48) 황창규사장(47)과 현대자동차 이계안사장(48)이 바로 ‘한국의 40대 CEO’ 선두주자들이다.

이 밖에도 경영을 맡고 있는 40대는 적지 않다. 공학도 출신으로 LG마이크론의 허영호사장(48), 현대정보기술의 표삼수사장(47), 유니텔의 강세호사장(45)이 있고 문과 출신으로 LG투자신탁운용의 장시영사장(48)과 LG선물 박기환대표(49), 현대백화점 이병규사장(47)이 대표적이다. 강찬수 서울증권사장(39)은 아직 30대다.

이처럼 국내에도 40대 CEO가 적지 않지만 벤처업계를 제외하고는 아직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 40대 CEO는 사실 구세대. 이금룡 옥션사장(49) 염진섭 야후코리아사장(46) 전하진 한글과컴퓨터사장(42) 등 40대가 적지 않다.

▽새해 인사에서 대거 발탁될 듯〓재계는 새해 각 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40대 CEO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대세론’이다. 전통적 대기업에서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물론 만만찮다. 기술변화의 속도가 빠른 전자업종을 제외하고는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즉 CEO를 맡으려면 최소한 10여년 정도의 경영수업이 필요한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연줄과 연공서열에 의한 경영으로는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며 “40대를 축으로 한 젊은 경영인의 진출이 침체기 한국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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