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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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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계열사 동아건설 등 부도회사의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라그룹의 부도이후 처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라 계열사들은 비록 주인이 외국인으로 바뀌었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다시 건강하게 재생, 종업원 협력업체 채권단 그리고 국가경제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로스차일드 프로그램=97년말 한라그룹이 부도난 뒤 한라와 채권단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게 됐다. 만도기계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등 계열사들이 상호지급보증으로 엮여 있어 1개 회사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모든 회사가 파산할 지경이었다.
법정관리나 화의를 통해도 10년간 5조원의 부채를 전액 상환해야 하므로 한라는 파산직전까지 몰리게 됐다. 회사가 파산을 하면 채권단은 각 공장을 고철값수준으로 팔 수밖에 없고 종업원들도 모두 직장을 잃을 처지였다.
부도의 늪에서 침몰해가던 한라측이 잡은 구세주는 미국계 구조조정회사인 로스차일드.
한라그룹 구조조정 현황 | ||
| 구조조정 방식 | 회사 | 매수 회사 |
| 100%매각 | 삼호중공업 만도공조 발레오만도전장시스템 깁스코리아다이캐스팅 한라공조 보워타한라제지 마르코폴로호텔 한국브이디오한라 한라콘크리트 한라창업투자 캄코 | 현대중공업 (스)UBS (프)발레오 (미)깁스 (미)포드 (미) 보워터 진행중 (독)VDO 개인 개인 (독)보쉬 |
| 지분매각 (경영권포기) | ㈜만도 한라시멘트 | (미)체이스맨허턴 (프)라마즈 |
| 청산진행중 | 한라해운 한라자원 한라정보시스템 한라산업기술 한라특장차 | |
| 3조2259억원 | ||
구조조정대리인으로 나선 로스차일드는 200군데의 채권단과 협상을 벌여 6조1894억원의 빚을 3조8138억원으로 탕감하기로 합의했다. 한라는 우선 로스차일드의 브릿지론(bridge loan)으로 각 계열사의 상호지급을 해소해 3년만에 13개사를 국내외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차선의 선택=현재 국내외에 매각된 13개사는 모두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히트상품인 김치냉장고 딤채 를 생산하는 만도공조는 스위스 UBS사에 매각돼 수익을 올리고 있다.한라중공업(삼호중공업) 역시 현대중공업에 위탁경영, 수주물량이 2년치가 확보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만도, 한라일렉트로닉스, 캄코 등도 역시 외국회사에 매각돼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외국회사에 팔린 계열사들은 대부분 임금이 20∼30% 인상됐고 보수가 2,3배로 오른 임원들도 많다.
협력업체들도 밀린 납품대금을 전액 회수한 것은 물론, 지금도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비록 많은 계열사들이 외국회사로 넘어갔지만 한보철강이나 대우조선 대우자동차 등이 매각 실패로 종업원은 물론 국가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라그룹의 구조조정은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시사점=한라측은 기업구조조정이나 매각작업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주도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산업이나 기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기업이 의지를 갖고 나서야만 갱생이 가능하다는 것. 한라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별다른 준비작업도 없이 입찰 공고를 냈을 때는 전 세계에서 단 한 건의 입찰참여도 없었다 며 회사측이 구체적인 재생프로그램을 가지고 업체들을 돌아다니면서 밤샘 설득작업을 하면서 매각을 하나 하나 성사시켜나갔다 고 말했다.
한라의 한 임원은 포드측이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것은 투명하지 못한 매각협상, 강성 노조, 분할매각을 싫어하는 채권단 때문이었다는 말을 포드사로부터 들었다 며 종업원 임원 직원 채권단 등이 일심동체가 되지않는 한 회사매각은 성공하기 어렵다 고 충고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