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개혁 늦출순 없다]민영화는 수단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9시 46분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 외환위기를 모면한 직후 집권했다. 그는 정부의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줄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79년부터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부실 공기업의 대명사였던 브리티시텔레콤(BT)을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로 키우는 등 공기업 개혁의 모범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 작업의 핵심은 ‘민영화’. 전문가들은 현단계에서 민영화를 통한 경쟁 도입이 부실한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의 공기업 개혁 사례를 통해 공기업 개혁의 ‘해법’을 생각해보자.

▽공기업 개혁의 모범 영국〓보수당 정부는 79년부터 집권 13년 동안 거의 모든 국영산업과 공공 사업을 민영화했다.

BT의 경우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과다한 인력과 시설, 낡은 장비, 질 낮은 서비스 등 ‘세금 먹는 하마’의 표본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3단계에 걸쳐 국내외 공모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주식 매각을 통해 개인투자자 19%, 기관투자가 81% 등 전체 주식의 45% 이상을 400만주 미만의 소액주주가 보유하는 소유 구조로 바꿨다. 또 집행이사 4명과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82년에 25만명이었던 인력도 99년 13만명으로 줄였다. 이로써 BT의 주가는 민영화 1년후 2배, 3년후 3배, 5년후 4배 이상 올랐으며 최근 주가는 민영화 당시의 20배에 이르고 있다.

브리티시가스(BG)의 경우 BT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됐다. 86년 지분의 97%를 주식시장을 통해 일시에 매각한 BG는 민영화 이후 주인이 없는 상태로 10년간 회사가 운영됐다. 이 결과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았고 86년에 97억파운드였던 자산가치도 96년에 77억파운드로 떨어졌다. BG는 97년 2개의 지주회사를 축으로 회사를 나누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마침내 98년에는 주가가 40% 이상 오르는 등 개혁에 성공했다.

▽프랑스 멕시코 칠레 등의 교훈〓프랑스는 민영화 수익금으로 정부 빚더미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86년 공기업 민영화에 착수했다. 민영화 방식의 특징은 획일적인 기준에 의존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별로 유연한 매각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

프랑스는 86년부터 91년까지 5년간 최초 공모시 모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65개 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특히 민영화 대상을 국내의 민간 기업과 경쟁하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과 경쟁하는 모든 공기업까지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825조프랑의 재정 수익을 확보했다.

멕시코의 경우 82년부터 94년까지 민영화를 실시해 1155개였던 공기업을 195개로 줄였다.이로써 국내총생산(GDP)대비 1.3%의 재정적자에서 92년 3.1%의 흑자로 재정적자를 줄였다.특히 중요한 점은 국가 개혁에 대한 전세계의 신뢰를 회복해 외국의 민간 투자가 급증했다는 점.

칠레는 85년부터 89년까지 3차에 걸쳐 전력과 장거리 전화서비스 같은 부문의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특히 공기업의 재정 자립은 가격결정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 물가 상승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자유화했다.

▽1등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전문가들은 많은 공기업에 대해 동일한 잣대로 똑같은 대책을 만드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영화에 있어 중요한 점은 공기업을 정책 수단이나 아쉬울 때 쓰는 도구로 바라보는 정치인, 관료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 남일총(南逸聰)연구위원은 “공기업 개혁의 전제는 공기업을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비전”이라며 “민영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정부의 민영화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와 이해 당사자들간의 대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 특징
쟁점해결방안
민영화로 인한 공공성 침해-민영화된 기업이 따라야 할 전제조건을 법에 명시
-경쟁도입(부문별, 지역별 경쟁도입으로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정부 개입이 가능하도록 황금주(golden share) 라는 특별 주식 활용
민영화 방식-자유화(독점 산업에 민간기업의 신규진입 허용)
-비국유화(정부소유 주식, 자산을 민간에 매각)
-민간위탁
민영화 순서-수익성이 높은 제조업에서 공익사업으로, 그후 의료 및 교육 등 인적서 비스로 발전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소유권 확산-기존 민간기업의 매각보다는 대규모 국민주 발행으로 종업원, 공무원들 에게 기회제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