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핵분열]'MH 현대' 재계순위 5위로 추락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1조원 가량의 자구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현대건설은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장과 재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부실’이라는 접두사를 떼고 우량 건설회사로서 거듭날 수 있는지, 또 현대그룹 전체가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는 이런 물음에 ‘전자와 중공업 조기 계열분리, 금융부분 포기’라는 답을 내놓았다.

▽건설 부문만 남긴다〓현대는 전자부문(현대전자, 현대정보기술)의 계열분리를 1, 2년 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현대전자는 반도체값 하락,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세계적인 공급과잉, 8조원 가량의 차입금 때문에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장은 이 점보다는 현대전자가 ‘현대그룹’이라는 멍에에 묶여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현대는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정몽헌 회장(1.7%) 상선(9.25%) 중공업(7.01%) 엘리베이터(1.17%) 등이 갖고 있는 현대전자 지분 가운데 3%를 제외한 지분을 매각, 수천억원의 매각대금을 건설 등 다른 계열사의 정상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대는 전자지분을 해외 우호세력에게 넘겨 현대측이 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할 방침이다. 민영화된 포철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 현대측 구상.

지분구조로는 연결돼 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분리된 현대중공업 부문(중공업 미포조선 울산종금)의 조기 계열분리도 중공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제1의 조선업 경쟁력을 가진 현대중공업은 탄탄한 영업기반을 지녔는데도 다른 부실 계열사를 지원한 탓에 시장에서 냉대를 받아왔다.

비록 현대차나 중공업에서 인수를 거부했지만 종합상사는 ‘몽(夢)자 형제’들이 화해를 함으로써 자동차 수출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돼 단기간에 심각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1위에서 5위로 추락하는 현대〓현대는 전자와 중공업을 계열에서 분리하고 금융부문에서 철수하면 건설 상선 현대아산 등 17개사가 모인 기업집단으로 축소된다. 재계 서열도 1위(자산 88조원)에서 5위(자산 25조4000억원)로 추락한다. 재계 5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자산 34조원)은 4위로 한 계단 상승한다. 자산 11조8000억원의 중공업부문은 금호와 한화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 9위의 그룹으로 탄생하게 된다.

정몽헌 회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키운 금융부문은 완전히 철수하고 현대전자는 지분을 대부분 내놓는 쓰라림을 겪게 됐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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