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현대 '전자 처리' 이견…"아주 팔아라" "계열분리만"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14분


‘완전한 매각인가, 단순한 계열분리인가.’

현대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전자의 앞날을 두고 정부및 채권단과 현대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채권단은 현대가 건설을 제대로 살리려면 정몽헌(鄭夢憲)회장과 정회장 계열사들이 가진 현대전자 주식을 팔아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전자 지분보유 비율은 정회장(1.7%), 현대상선(9.25%), 현대엘리베이터(1.17) 등이다.

현대는 이와 달리 보유지분중 계열분리 요건을 해치지 않는 범위, 즉 3%를 남기고 나머지는 해외 우호세력에 매각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전자를 계열에서 분리하되 여전히 현대 출신 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것. 이른바 전자의 ‘독립회사안’이다.

▼"경영권 넘겨야 큰돈 마련"▼

재경부는 이와 관련, “현대의 주장은 원래 예정된 전자의 계열분리를 조금 앞당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현대가 갖고 있는 10%정도의 지분을 제3자에게 팔면 제3자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현대측이 주식값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웃돈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보기에 현대가 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이 참에 반도체값 하락과 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공급과잉 등으로 현금흐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현대전자를 아예 매각하는 것이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를 모두 살리는 길이라는 것.

건설 하나 살리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가 8조5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전자마저 흔들릴 경우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정부 시각. 이는 우리 경제 전체의 ‘암’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현대측에 ‘현대건설 회생’이라는 선물을 주면서 ‘전자매각’이라는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채권단과 금감원의 ‘신규대출’거론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주식만 팔면 홀로서기 가능"▼

그러나 현대는 정몽헌 회장이 직접 창사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한 현대전자의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전자의 부채가 많지만 통신사업이나 TFT―LCD 사업부분 매각, 하나로통신 등 현대전자가 보유중인 주식 매각을 통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것. 현대전자의 박종섭(朴宗燮)사장도 “현대전자의 고정거래업체 등 우호세력에 주식을 팔고 현재의 경영진이 회사를 꾸려가면 악화되는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민영화된 포항제철처럼 특정한 주인은 없고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회사처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

현대건설의 자구안도 다시 미궁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현대전자의 처리를 둘러싼 정부와 현대의 마찰은 결국 현대건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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