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이전 1년... 우린 무늬만 현대맨"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05분


‘무늬만 현대인지 1년이 됐다.’

현대전자가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강남구 대치동 사옥으로 이전한 지 15일로 1년을 맞으면서 현대전자 사원들이 하는 말이다.

이른바 반도체 빅딜로 지난해 10월 14일 LG반도체와 합병한 현대전자는 한달 여후 계동 사옥을 떠나 LG반도체가 사용하던 강남 사옥으로 이전했다. 구 LG반도체 직원 일부와 LG산전이 제작한 이 빌딩의 엘리베이터가 LG의 흔적이다. 직원들은 사옥 이전 1년이 지나면서 ‘탈 현대’가 진행됐다고 말한다.

강남 사옥 주변은 벤처업체들이 밀집한 서울벤처밸리. 이곳이 계동보다는 반도체와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을 생산하는 첨단업체로서의 회사 이미지와 부합하고 사원들의 의식도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 남자 사원들은 정장을, 여사원들은 제복을 입는 계동 친정 식구들과 달리 직원들의 복장이 자유복장으로 바뀐 것도 눈에 띄는 변화중 하나 특히 박종섭(朴宗燮) 사장 취임 이후 강조해 온 ‘독립경영’은 전자를 다른 계열사와는 거리를 두고 생각하게 했다. 실제로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최근에는 전혀 없다는 것이 현대전자측의 설명.

최근에는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현대상선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갖고 있는 전자의 지분을 매각해 현대전자 계열분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계열분리에 대해 시장의 반응도 좋아 계열분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회사나 일반 사원들의 일반적인 생각. 그러나 . 입사 7년의 모 과장은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용인 연수원에서 함께 교육을 받고 각 계열사로 흩어져 계열사 전 직원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었다”며 “첨단의 상징 반도체와 전통기업의 대표, 현대를 보면서 아쉽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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