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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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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100대 건설업체 중에서 현재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등 관리대상중인 업체는 모두 37개. 9월말 기준 전국의 실업자 80만명 중에서 35만명 정도가 건설 관련 실업자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퇴출로 11개 업체 근로자 7700여명 중 일부와 협력업체 종업원 등을 합해 3만6000명 정도의 실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왜 이 지경이 됐나〓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물량 감소에 있다. 건설업계는 70년대 중동 건설 특수와 90년대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 지속적으로 물량 공급을 받아 왔다. 그러다가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물량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수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고정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국내 수주물량은 97년 80조원에서 올해 43조원으로 줄었고 해외 공사 수주액도 97년 140억달러에서 올해 10월까지 38억달러로 급감했다. 반면에 업체 수는 97년 2만3900개에서 올해 3만1600개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건설업체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된데다 입찰이 ‘운찰’로 불릴 만큼 운에 좌우되기 때문. 건설산업연구원의 왕세종 연구위원은 “‘시장의 룰’이 건설업계에는 없다”고 말했다. 공사 한 건을 낙찰하면 수수료만 받고 다른 회사에 넘기는 이른바 ‘휴대전화 컴퍼니’가 난무한다는 것.
▽구조개혁 없이 재도약은 없다〓전문가들은 보증제도의 선진화와 입찰제도 변화 등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공사의 98%가 만일 공사가 중단되면 계약금의 10% 보상에 연대 보증인을 세우는 구시대적 보증제를 따르고 있다. 앞으로는 외국처럼 금융기관이 100% 공사이행을 보증함으로써 보증 과정에서 부적격업체는 수주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 이행보증을 의무화하고 점차 범위를 확대할 방침.
SK증권은 7일 “일부 건설업체 퇴출로 다른 대형업체들은 일시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별다른 구조개혁이 없을 경우 퇴출로 인해 건설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측면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한건설협회 장영수회장은 “큰 기업은 단순 시공을 벗어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업계를 선도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며 “부적격업체들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것만이 건설업계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