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電주변 '민영화 살생부' 실명거론 당사자들 당혹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45분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누구’는 옷을 벗어야 한다더라….”

한전에 이른바 ‘민영화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 문건화되지는 않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임원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어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살생부의 핵심은 최수병(崔洙秉) 사장의 거취 부분. “민영화 실패 땐 당연히 사표를 제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여기에 “그러면 담당 임원들인 L씨, C씨와 그 라인의 실무진도 줄줄이 문책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전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장관이 7일 한전을 전격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장관이 연초가 아닌 연중에 한전을 갑자기 찾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국감이 끝나자마자 한전을 방문하는 것은 한전 임직원들을 상대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장관은 한전 임원들에게 “민영화 실패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엄포를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임원들이 ‘몸을 던지는 자세’를 못 보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신장관의 입에서 어떤 질책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신장관은 산자부의 최대 과제인 한전민영화가 삐걱거리자 현장방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개혁의 최대 작업에 전력을 다해왔으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영화법안(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 통과 여부가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산자부와 한전 직원들은 “민영화 실패 땐 산자부든 한전이든 불똥을 맞을 사람이 꽤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