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뼈깎는 자구 물거품...잇단 불운에 법정관리로

  • 입력 2000년 11월 2일 18시 52분


3일 부실기업 심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퇴출 0순위로 꼽히는 대구지역 건설업체 서한.

280여 임직원들은 퇴출이 기정사실화하자 극심한 허탈감에 빠졌다.

98년 11월 워크아웃(기업회생작업)에 들어간 이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지만 올 들어 불어닥친 잇단 불운에 끝내 무릎을 꿇은 것.

2년 동안 봉급이 동결됐고 보너스는 없앴다. 하청업체 어음을 갚기 위해 주주들은 보유주식을 팔아 회사에 증여하고, 직원들도 월급을 털어 유상증자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기도 했다.

80년대 임원을 지냈던 최원상씨가 9월 자신의 보유주식 18만3469주(지분 13.07%)를 매각해 14억여원을 회사에 조건 없이 기부한 것이 처음. 이어 김을영 사장, 이만규 상무, 최원중 부사장이 주식을 처분해 총 24억원을 회사에 보탰다.

153명의 임직원들은 9월 유상증자 때 발행주식 18만주 중 기존 주주들의 거의 청약하지 않아 발생한 실권주 16만7000주를 전량 인수해 회사 자금조달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올 여름 유난히 거셌던 태풍으로 공사가 늦어져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 제1의 건설업체 우방이 무너졌다. 8월 중순에는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업체 세무조사 의뢰명단에 사무착오로 포함되는 바람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서한은 결국 밀려드는 하청업체들의 어음결제 요구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31일 최종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 스스로 ‘퇴출’의 길을 택했다.채권단 관계자는 “서한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의 3.5배에 이르는 데다 2002년까지 갚기로 한 차입금 758억원을 계획을 앞당겨 9월말까지 654억원을 상환한 모범적인 업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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