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정현준 게이트' 개탄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39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6일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이 관련된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참모들에게 한 탄식이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온 벤처분야가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정보화와 벤처기업 육성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보다 이를 더 자랑스러워했다. 정보화와 벤처기업의 육성,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의 정보화 마인드야말로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전북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벤처기업인이 연구에 몰두해 기술개발에 힘쓰지 않고 인수합병에 투자하거나 20여개의 기업을 사들여 재벌흉내를 내는 등 완전한 타락상을 보여줬다”며 “32세 먹은 사람이 타락한 방법으로 순식간에 수천억원의 부자가 된데 대해 개탄한다”고 말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도 “김대통령이 대단히 허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석은 “김대통령이 그동안 벤처기업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젊은 벤처인들을 격려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김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벤처산업 육성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한 고위관계자는 “벤처산업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정부의 벤처 육성정책에 변함이 없으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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