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잘돼도 내년 성장 5.4%에 그칠 것 -KDI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내년 한국경제는 다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되는 반면 물가는 올라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내놓은 ‘2000∼2001년 국내경제 전망’에서 내년에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경제성장률을 연 5.4%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 연 8.9%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

▽우울한 경기전망〓KDI는 올해는 내수가 부진한데도 수출이 잘 돼 9%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은 비관적이다.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5.4%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것. 올해 유가급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 내년 경제에 본격 반영되고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까지도 감안했기 때문.

하지만 구조조정이 잘 안되면 성장률은 곤두박질칠 것이란 경고메시지가 함께 던져졌다.

소비는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실질구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는 올 하반기에 5%, 내년엔 4.5% 내외의 증가세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밑돌아 체감경기는 지표에 비해 더 나빠진다는 것.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연 2.5%를 나타내고 내년에는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 의 시차효과로 3.7%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경상수지는 올해 112억달러 흑자에서 내년엔 68억달러로 줄어들고 설비투자증가율은 올해 38%에서 내년엔 6.9%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살길〓KDI는 대내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지만 과감한 구조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KDI 김준일(金俊逸)거시경제팀장은 “기업구조조정이 실효를 거두려면 부실채권 정리 위주의 금융구조조정차원을 넘어 부실기업의 과감한 청산과 함께 고용과 투자 등 실물부문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 청산 정리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