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신도시' 제동]"주택난 해소 도움안돼"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02분


정부의 수도권 남부 신도시 개발계획이 여당의 반대에 부닥쳤다. 수도권 난개발 및 집중억제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은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 국토의 균형발전에 저해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11일 “신도시 건설은 주택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교통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경기 성남 판교, 화성 중부 지역 등 신도시 개발예정지역은 수도권이므로 수도권정비계획과 묶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장은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건설경기 활성화’와 ‘주택난 해소’ 등의 명분을 내세워 신도시 개발을 주장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가 아직도 많듯이, 현재의 건설업계 경기 침체는 공급문제가 아니라 수요 부족 때문”이라며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 발상으로 건축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 건설은 5년 뒤에나 완료되기 때문에 당장의 주택난 해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송훈석(宋勳錫)의원도 “주택이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수도권에 ‘베드 타운’을 세우는 것은 수도권의 비대화만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정책의 포기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윤수(李允洙·경기 성남수정)의원은 “분당에 이어 판교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성남의 구시가지는 결국 슬럼화할 것”이라며 “이번 신도시 개발계획은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균형 있는 국토개발을 간과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개발대책과 관련해서는 출신 지역별로도 당내 의원들간에 이해가 엇갈렸다.

김덕배(金德培)의원 등 수도권 출신 여당의원 25명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수도권 공장총량제’ 폐지와 ‘수도권 과밀부담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 출신의 송훈석의원은 “공장총량제를 폐지할 경우 공장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해 지방경제는 파탄 상태가 될 것”이라며 “특히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청과 강원권 출신 의원들은 절대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건교부 "주택공급 모자라 개발 불가피"▼

건설교통부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반대 의견을 표시한 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예상할 수 있는 원론적인 문제제기’라고 보고 협의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주택 공급 정책은 당장의 수요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2∼3년 이후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며 “서울은 주택공급률이 71%, 수도권은 83%에 불과해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가(分家)와 별장 수요까지 포함해 보급률 120%까지는 계속해서 건설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관례라는 것.

어차피 지을 집이라면 기반시설을 좀더 잘 갖추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느냐, 지금처럼 소규모 개발로 가느냐의 문제만 남는다는 얘기다. 도로와 철도를 내고 공원과 학교 부지 등을 잘 갖추려면 개발의 경제성으로 볼 때 처음부터 대규모로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 건교부의 입장.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신도시보다 일자리와 교육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며 그 예로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90년대초에 수도권 유입 인구가 70, 80년대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건설이 수요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인 건설업체 살리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신도시가 건설돼도 경쟁력 있는 업체는 살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죽을 것”이라며 신도시가 건설되면 오히려 수도권에 개발용 땅을 사놓거나 분양 예정인 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건설업체 살리기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IMF 관리체제 이후 3만여개가 난립한 건설업체는 어차피 시장논리에 따라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교부 분석이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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