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100대 펀드매니저 설문]"신흥시장서 미증시로…"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36분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향후 증시를 어떻게 볼까?

대부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가가 너무 빠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떨어지기 전에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대부분 투자자들의 고민거리다. 가급적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미국증시로, 작은 시장에서 큰 시장으로 투자자금을 옮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상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9월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 세계 100개 주요펀드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24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주식을 팔고 있다’고 응답한 펀드매니저들의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주식도 ‘팔고 있다’는 대답이 ‘사고 있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반면 미국 주식의 경우 매수 응답 비율에서 매도 응답 비율을 뺀 수치가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 이외의 각국 증시가 미 증시와 거시경제여건에 심하게 휘둘리자 좀더 안정적인 미국 증시로 옮겨가는 행태가 여실히 나타났다.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중 세계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13%에 그쳤다. 메릴린치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진행중이던 98년 9월 이후 가장 비관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평했다. 아시아지역 내에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지의 주식을 팔고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지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응답이 많았다.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이 선호하는 주식은 금융주와 경기방어주. 기피대상 1호는 주가수익배율(PER)가 높은 전기전자주였다.

펀드매니저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세계경기가 둔화하는 ‘연착륙’시나리오를 믿고 있었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내년 2·4분기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피력했다. 전체의 절반 가량이 국제유가 인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미국의 펀드매니저들은 그보다는 유가상승이 디플레이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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