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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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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 걸쳐 해외매각을 추진해온 부실기업들이다. 5개 기업 모두 해외 매각에 실패했다.
5곳중 ㈜한양은 99년말부터 해외매각을 추진해오다 국내업체에 공개입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서울은행과 대한생명은 일단 매각을 포기하고 먼저 정상화한 뒤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 성사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가 뒤늦게 넘겨받은 협상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상력을 잃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업의 해외 합병을 자문해주고 있는 김창주 미국변호사는 “최근 수년간 한국 기업의 해외매각 추진을 지켜봤다”며 “매각이 자주 실패하는 중요한 이유는 항상 정부 관료들이 협상의 전면에 나서다보니 협상 주도권을 상대측에 빼앗긴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한양은 93년 부도위기에 몰리자 주택공사가 자본참여를 통해 관리해 오고 있는 건설사다. 주공이 전체 자본금 521억원 중 5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99년말부터 추진한 해외매각이 3월 주택공사와 미국 건설업체인 S&K사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기로 가시화됐다. 매각조건은 채권단과 자산관리공사가 한양의 자산초과 부채 6800억원 가운데 3800억원에 대해2700억원과 1100억원을 각각 출자전환하는 식이었다. 나머지 금액은 S&K가 채권단에 지불키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S&K가 약속한 인수자금을 주지 않아 매각협상이 중단됐다. 주택공사는 한양의 순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택공사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가 공동으로 38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매각후 5년간 인수자에게 공사물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등 주변여건이 불리한 상황이어서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은행〓지난해 2월 HSBC와 MOU까지 체결했다. 지난해 8월 가격문제를 둘러싸고 최종협상이 결렬된 뒤 행장을 새로 영입하고 도이체방크로부터 경영자문을 받고 있다. 정부는 내년말까지 정상화한 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대로 해외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
▽대한생명〓지난해 2월 최순영 회장 구속 이후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이 여러차례에 걸쳐 모두 유찰됐다. 정부와 채권단은 정상화를 위해 이미 2조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고, 연말까지 추가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