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블랙 먼데이']'IMF 악몽 다시 살아나나

입력 2000-09-18 19:33수정 2009-09-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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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 실패로 금융권 부실 증가 및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유가로 인한 물가 및 경상수지 불안으로 심리적인 위기감마저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국제통화기금(IMF)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잘못 대응할 경우 우리 경제가 자칫 또 한차례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둘러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과 함께 기업 금융구조조정의 완결을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우車사태 '제2의 기아' 전철 밟을수도▼

▽기아차의 악몽을 잊지 말자〓97년 외환위기의 첫 신호탄은 한보와 기아자동차의 부도였다. 지지부진한 기아자동차의 처리는 ‘금융권 부실 증가→금융기관 대외 신인도 하락→해외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외국인 자금 유출에 의한 환율 폭등’의 수순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대우차 매각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같은 기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박재환(朴在煥)금융시장국장은 “대우차 매각 실패는 당장 은행권에 상당한 손실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자금 시장 전반에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은행 대출이 위축되면서 중견기업 자금난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잠복해 있는 현대문제 등 각종 악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때 놓친 정부의 시장 대책〓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주춤한 상황에서 금융권의 자금이 기업으로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금융경색 상황이 3∼4개월째 지속되면서 실물경제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고유가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실물경기는 급격히 위축되는 경(硬)착륙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김민태(金敏泰)연구위원은 “금융기관 중개 기능 상실로 빚어진 시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일은 결국 정부만이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경제문제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관계자는 “경기 연착륙과 금융시장 정상화 및 금융 기업구조조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교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거시경제 목표를 수정해서라도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우리 정부가 대북사업 등 외치에 신경을 쓰면서 경제위기 대응 등 내치에 소홀한 점과 정치권이 정쟁으로 주요 개혁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안은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KDI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 기초 체력을 길러 놨으면 조그만 찬바람(유가 상승)에 감기에 걸려 콜록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은 안병찬(安炳燦)국제무역팀장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금이라도 고비용 구조의 생산 형태를 슬림화하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며 일반 국민도 과도한 해외여행 자제 등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세 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이사는 “미봉책인 시장 안정책보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융 기업구조조정을 정공법으로 타개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은 내년이면 늦다”고 말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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