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코스닥 한탕' 바늘구멍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5분


코스닥시장에서의 작전이 어렵게 됐다.

9월1일부터는 증권업협회가 증권거래소를 뛰어넘는 최첨단 종합감리시스템을 가동해 작전세력을 잡아낸다. 11월부터는 인터넷 증권정보사이트에 작전성 글을 올리는 세력까지 추적이 가능해져 웬만큼 고단수가 아니면 주가를 조작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31일 시스템을 시험가동해봤다. 오전 11시반 주가감시실 컴퓨터에서 ‘A종목이 주가상한으로 적출되었습니다’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왔다. 감리실 직원은 이 종목이 과거 주가 및 거래량을 중심으로 만든 정상적인 주가흐름에서 벗어나 이상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검색해보니 예의주시기간이 10일이나 됐다. 뭔가 수상하다는 감을 잡고 주가흐름을 보니 A종목이 속한 업종지수는 10일동안 2.04%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A종목은 169.92%나 올랐다. 초우량기업이 아닌 이상 업종흐름과 동떨어져 움직인다는 것은 누군가 개입됐다는 증거다.

이 기간중 거래량을 살펴보니 총 642만5482주인데 5개 지점에서 100만9605주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실은 즉각 5개 지점의 매매동향 파악에 들어갔다.

그런데 B증권 C지점의 **********1 계좌 등 몇몇 계좌에서 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것으로 드러나 시세조종 의심을 갖게 됐다.

주가감시실은 이제 증권사에 관련 계좌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니 계좌개설자 등에 관한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한다. 자료를 받으면 인명자동검색을 통해 친인척, 회사내부자 여부를 확인한다. 다음에는 계좌개설자간 연계성을 조사해 이들 그룹의 호가내용 거래량 및 시세관여율, 지분변동사항을 모두 조사한다. 연관성이 확인되면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한다.

이처럼 새로운 감리시스템은 직원들이 주가급등 종목에 한해 거래내용을 일일이 조사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불공정거래 적발부터 조회공시 추적조사 외부심리 최종혐의자 확정 등 모든 감리업무가 전산화돼 그 어느때보다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다.

작전세력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1일부터는 특정 증권사지점이 어떤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고 파는지가 공시된다는 것.

기준은 △최근 10일간 특정지점의 매매관여율이 20% 이상 △상위 5개 지점 관여율이 40% △최근 10일간 특정지점 관여일수가 5일 이상 등이다.

가장 기본적인 작전은 주식매집→허위매매로 주가올리기→털고 빠지기 등 3단계로 이뤄지는데 이중 1,3 단계에서 대상종목이 노출되기 때문에 작전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시험가동에서는 H사를 5개 증권사 지점에서 77.4%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공시가 나온 종목은 일단 의심하고 매매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전세력을 따라하면 돈을 벌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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