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투신증권,계열사주식헐값 전전긍긍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0분


연말까지 자기자본 부족분 1조2000억원을 메꾸기로 한 현대투신증권이 코스닥시장 침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5월4일 발표된 조기 정상화방안 및 6월16일 금융감독원과 맺은 경영개선협약(MOU)에 따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출자하고 현대전자 상선 등 계열사가 담보로 제공한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주식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현대는 현대투신증권 조기 정상화방안을 내놓으면서 정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 주식 9816주와 현대택배 주식 177만3331주를 출자형식으로 맡겼다. 또 현대전자 상선 엘리에이터가 갖고 있는 현대정보기술 1110만1000주, 현대전자와 상선보유 현대택배 주식 75만7000주, 현대전자의 현대오토넷 주식 660만5000주는 담보로 제공,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현대는 동부증권 등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 자체적으로 주식가치를 계산한 결과 현대정보기술 9만9000원, 현대택배 4만9500원, 현대오토넷 6만8750원으로 평가했었다. 외자유치, 증자 등 자구계획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이들 주식을 처분하면 약 1조7000억원에 달해 자기자본 부족분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8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현대정보기술은 17일 종가가 현대측 계산의 5분의 1에 불과한 2만원에 그쳤다. 16일 코스닥위원회 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택배 역시 주당 희망공모가가 6000∼7000원으로 4만9500원과는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악화된 데다 이른바 ‘현대문제’가 불거져 주간사인 LG투자증권의 ‘공모가 후려치기’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며 “‘차라리 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했으면…’하는 마음이 들었었다”고 하소연.

현대투신증권도 급해졌다. 당장 이 주식을 팔아야 할 입장은 아니지만 미국 보험금융그룹인 AIG로부터 9000억원 투자유치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행여 그들의 신뢰를 잃을까 우려하는 것.

현대투신증권의 한 임원은 “정회장 및 계열사 예탁주식은 만에 하나 일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쿠션용’”이라며 “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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