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출범]진념 재경 "가장 강력한 개혁은 시장원칙"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36분


현대사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14일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금융시장이 현대 자구계획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원칙대로 대응한 것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도 진장관은 “우리 금융시장은 도처에 지뢰가 깔려있어 마음을 놓을 단계가 아니다”면서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진장관의 입장에서는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핵심 현안인 현대사태가 취임 1주일만에 중대 고비를 넘김에 따라 ‘발등의 불’을 끄고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된 셈. 그는 “하나 하나의 현안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성과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장관은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원칙과 시장 규율에 따라 처리하는 것보다 더 강한 개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정부가 지나치게 앞장서면 ‘관치’라는 역풍에 휘말릴 뿐만 아니라 자칫 의도했던 방향으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정부당국에 대한 신뢰’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장관은 현대사태 처리과정에서 △채권단이 전면에 나서고 △금융감독위원회가 감독권을 행사하며 △재경부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전체 흐름을 조율하는 3자간 역할정립의 본보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14일로 취임 1주일을 맞은 소감을 묻자 “한 달도 더 지나간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뜩이나 불투명한 경제여건 속에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판에 “경제팀에 금융분야 전문가가 부족하고 개혁성도 모자란다”는 비판에 시달려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다. “최소한 경제팀 출범후 한 달 정도는 밀월기간이 있어야 했는데…”라며 서운한 기색도 내비쳤다.

진장관은 21일 경제 5단체장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회동해 재계와의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16일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대표들과 만나고 17일에는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금융통화위원들과의 회동일정도 잡혀있다.

이 같은 행보는 시장친화적 개혁을 화두로 내건 것과 맥이 통한다는 분석. 진장관은 취임사에서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기본틀이 시장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도덕적 해이에 빠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적 개선책을 주문하면서 규제완화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지시했다.

진장관은 앞으로 중점 추진과제를 △금융과 실물 △전통산업과 온라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연결을 통해 경제의 장기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은 그 출발에 불과하다는 것. 현안이 마무리되면 호흡이 긴 경제정책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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