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전금감위원장 "구조조정은 외과 수술"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45분


현대 압박의 선봉에 선 이용근(李容根·사진)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퇴임사에서 구조조정을 ‘외과(外科)수술’에 비유했다.

이 전 위원장은 “몹쓸 병에 걸렸다든지 사고를 당했다든지 해서 한쪽 다리를 잘라내야 할 때가 있는데 다리 하나 없는 게 더 낫기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자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간을 지체하면 두 다리를 모두 잘라야 하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라낼 수밖에 없다는 것. 현대문제 처리에 대한 자신의 초지일관하는 신념을 빗댄 듯 싶다.

“현대문제에 자리를 걸겠다”고 힘주어 말하던 그는 개각으로 낙마(落馬)하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고위층의 눈치를 살피지 못하고 너무 강공으로 물어붙인 게 아닌가 하는 질문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장관을 ‘팀장’이라 부르던 그가 금감위원장에서 퇴진하면서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은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다루게 된다.

취임 초기에는 관료생활 34년을 너무 외곽에서 돌아다녀 금융에 ‘감이 없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이헌재씨가 지장(知將)이라면 그는 용장(勇將)으로 불린다. 금감위 주변에서는 그가 현대문제 처리를 끝까지 강공으로 밀어붙인 ‘소신파’이지만 관료로서는 귀재인 이정재(李晶載)부위원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언론을 몰랐다’는 흠이 패인이라고 분석한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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