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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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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이헌재(李憲宰)전 재경부장관은 퇴임을 병상에서 맞았다. 급성 맹장염으로 4일부터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그는 재경부에 써 보낸 고별사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자신의 교체 사실은 지난 주 입원 전에 청와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금감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을 연달아 맡아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을 지휘했던 2년반. 그 기간은 한국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임식에는 ‘구조조정 전도사’로 숨가쁘게 보냈던 지난 2년반에 대한 회고와 함께 ‘흔들림 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단호한 당부가 배어 있었다.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위기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삼류 국가로 전락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조치가 강구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개혁은 세찬 저항에 대비해 원칙을 세우고 신념을 지켜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극복해 나갈 결연한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물러나는 사람으로서의 소회도 담담히 털어놨다.“개혁만을 위한 개혁은 안되며 아무리 중요한 개혁이라도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책임이고 진정한 용기다.”
이전장관은 이날로 일단 다시 야인(野人)생활로 돌아갔다. 문병 온 지인들에게 “피곤하다. 쉬고 싶다”고 한 소원처럼 그는 오랜만의 휴식을 취하게 됐다.
측근들은 이전장관이 당분간 집에서 요양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다가 다음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