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삼성 관계 '해빙' 조짐

  • 입력 2000년 7월 30일 20시 01분


현정부 출범 후 한때 껄끄러웠던 정부와 삼성 관계에 해빙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재계의 대북 사업 ‘선봉장’이 현대에서 삼성으로 점차 바뀌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30일 관계 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李健熙·사진)삼성회장은 8일경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1시간 이상 독대, 대북 경제협력과 우리 경제 현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

현정부 출범 후 이회장이 김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빅딜 논의가 진행중이던 지난해 1월22일 이후 1년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김대통령은 최근 ‘빨간 불’이 적지 않게 켜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실상과 향후 전망에 대한 재계의 시각을 이회장으로부터 경청한 뒤 수출 촉진 등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특히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경협사업의 현황과 향후 추진 계획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과 이회장의 이번 독대는 대북 경협사업을 주도해 온 현대가 최근 자금난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정부로부터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반면 삼성의 경우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우리 경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부와 삼성간의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에 접어들었으며 특히 대북 경협에서 삼성의 비중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측은 “대북 사업의 특성상 대북 경협사업의 주체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며 삼성의 대북사업 약진설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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