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로 주력바뀐 기업들…대원제지 제지업 손떼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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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를 설탕이나 옷감(직물)으로 보지 마!”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환경에 편승해 각종 사업에 뛰어들어 업종을 다각화하면서 실제 사업내용과 기업 이름이 크게 다른 경우가 늘고 있다.

53년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로 제당 사업을 시작한 제일제당. 93년 그룹에서 독립을 선언한 이후 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제일제당 그룹’이 됐다. 제일제당은 그 중 한 회사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과거 제일제당이 생산했던 ‘당분류’의 매출은 2조 2000억원으로 제일제당 매출의 30%, 제일제당 그룹 전체 매출의 19%에 불과하다. 초고속통신망 업체인 드림라인, 케이블 방송인 m.net와 채널 F, CJ 삼구쇼핑, 택배업체인 CJ JLS 등은 ‘제당그룹’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한다.

56년 창립 이후 초코파이 등 80여종의 과자와 비스킷 등을 생산, 전 세계 6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동양제과. 영화 채널(OCN 캐치원) 등 5개 케이블 방송의 채널을 확보해 지난해 11월 이를 통합 운영하는 ‘온 미디어’를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제일제당과 함께 위성방송에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합작법인(자본금 300억원)을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강남 코엑스몰 지하에 영화관 ‘메가박스’를 연 데 이어 앞으로 전국에 200개를 추가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54년 설립돼 61년 국내 최초로 복지(옷감)를 해외에 수출한 제일모직은 89년 화학분야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화학 및 정보통신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 수년간 직물 패션 이외 부문의 매출이 모직 섬유부문을 앞질렀다. 올 상반기 전통적인 옷감생산의 매출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앞으로 2년 내에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용 소재 등 정보기술 분야의 매출이 전체 직물 섬유부문 매출을 넘을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61년 설립된 중견 제지업체인 대원제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지업을 전면 중단하고 컴퓨터 주변기기 등만 판매하고 있다. 일부 분유업체도 음료산업에 활발히 뛰어들어 분유가 아닌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중이다.

상호와 업무 내용이 이처럼 다른데도 상호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고객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브랜드 가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이 영문 첫 문자인 CJ를 부각시키는 광고를 최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고민에 따른 고육책. 제일모직 박상익과장은 “한때 회사명 변경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브랜드 가치는 물론 삼성 모태그룹으로서의 상징성도 있어 바꾸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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